14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결승은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경기가 됐다.
이날 전반 29분 주심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키자 양 팀 선수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비디오 판독 장비로 달려가 2분 전에 있었던 프리킥 상황을 비디오로 되돌려 본 주심은 휘슬을 꺼내 불었다. 가시마의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판정이었다. 주심은 비디오를 통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던 가시마 선수가 아틀레티코 선수의 반칙에 넘어지는 장면을 잡아냈다.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주심의 뒤늦은 판정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FIFA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따른 정당한 판정이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가시마는 3-0으로 승리해 아시아 클럽 최초로 대회 결승에 올랐다. 가시마는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맞붙는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마르카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 덕분에 심판이 실수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주심의 판정은 축구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주심과 부심 외에 ‘비디오 부심’을 경기장에 배치해 주심의 판정을 돕게 하는 것이다. 비디오 부심은 경기 영상을 보면서 무선으로 주심과 대화를 나누고, 주심은 비디오 부심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경기장에 설치된 판독 장비로 경기 영상을 확인한 뒤 최종 판정을 내린다. 비디오 부심은 주심에게 판독을 제안할 수 있지만 경기에 나서는 팀들은 판독을 요구할 수 없다. 판독 대상은 득점 상황, 페널티킥, 퇴장, 심판이 놓친 반칙 등이다.
그동안 축구계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3월 비디오 판독을 2년 동안 시험한 뒤 영구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야구 등에서 이미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고, 방송 중계 시스템의 발달로 팬들도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오심을 적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FIFA가 주관하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월드컵까지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수비수들은 프리킥 등 세트피스에서 경기장 내 심판의 눈을 피해 상대 선수의 유니폼을 당겨 넘어뜨리거나, 발을 거는 반칙을 하기 힘들어진다.
남미의 우루과이, 유럽의 이탈리아 선수들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몸싸움 등 교묘한 반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런 ‘반칙 수비’가 어려워진다. 주심이 순간적으로 반칙을 놓쳐도 비디오 판독으로 곧바로 반칙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시마 수비수들은 “심판이 뒤늦게 페널티킥을 주는 것을 보고 우리도 비디오 판독으로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손으로 골을 성공시킨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신의 손’ 같은 오심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반칙 장면을 볼 수 없는 위치에서 판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움 등 인간으로서 심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디오 판독에 걸리는 시간 등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는 문제를 지적한다. 이에 대해 FIFA는 “시범 과정을 철저히 분석해 비디오 판독이 경기 흐름을 끊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리그도 내년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내년부터 K리그에 차량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