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유광우(31)는 V리그를 대표하는 세터임에도 상대적으로 ‘백토스가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작은 키, 작은 손, 고질적인 발목통증 탓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백토스를 받는 위치인) 라이트 박철우(31)가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본다. 이 탓에 둘 사이가 약간 미묘하다’는 소문도 돌았다.
기자는 굳이 이 루머의 진위를 따지지 않았다. 박철우의 공익근무 시절 일화를 알게 된 순간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복귀가 다가올수록, 공익근무를 마치면 박철우는 삼성화재 체육관을 찾아 개인훈련을 했다. 삼성화재 팀 훈련이 다 끝난 밤늦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단 1명의 삼성화재 선수는 체육관에 남아 박철우를 기다렸다. 세터 유광우였다. 박철우의 적응을 돕기 위해, 부담스러울 수 있는 백토스를 올려주기 위해서였다.
그 진심을 아는 박철우는 복귀 후, 자기만의 방식으로 유광우를 돕는다. 박철우가 없는 사이, 배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광우가 정말 힘들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세터로서 배급할 곳이 한정돼있어 머리가 아플 텐데 팀 리더로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빗대 나온 얘기였다.
결국 복귀 후, 박철우의 ‘오버’는 고독했던 유광우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제스처일 수 있다. 삼성화재 경기를 보면 가장 동작이 화려하고, 목청 높은 선수가 팀 리더인 박철우다. 박철우는 그것이 자기가 배운 ‘삼성화재 정신’이라고 믿는다. 박철우가 헌신하니 어색해도 후배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박철우 복귀 이후 삼성화재는 2승3패를 기록 중이다. ‘박철우가 돌아와도 삼성화재가 극적으로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크게 틀리지 않고 있다. 박철우가 과대평가됐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삼성화재의 기본전력에서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20일까지 삼성화재는 5위(7승9패, 승점 25)다. 봄배구 안정권인 1~3위 팀들은 승점 30을 이미 돌파했다. ‘V리그 사상 최초로 삼성화재가 봄배구를 못할 수 있다’는 생경한 시나리오가 드리워지고 있다. 객관적 전력상 그렇게 되어도 놀랍지 않을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반등재료도 없다. 지금 있는 선수들의 결속력만이 위기의 삼성화재를 구원할 힘이다.
KB손해보험에서 영입된 리베로 부용찬은 바깥에서 본 삼성화재를 “종교”라고 평했다고 한다. 종교의 힘은 합리성을 초월한 영역이다. 믿음은 그 어떤 비관적 역경도 물리친다. 그 마음들이 합칠 때 삼성화재의 ‘기적’은 이뤄질 것이다. 이젠 삼성화재가 져도 놀랍지 않다. 다만 지는 순간마저도 고결한 삼성화재로 팬들은 기억하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