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은 불가피하다. 구원군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 2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롯데 조원우 감독(45)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엄혹함 속에서도 조 감독은 의외로 밝다. 초연함마저 읽힌다. 조 감독은 반성의 토대 위에서 희망을 말하려고 애썼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 최준석, 정훈, 김문호, 전준우, 박헌도 등 고참급들이 분위기메이커를 잘 해줬다. 투수 파트에서도 손승락, 윤길혁, 노경은이 열심히 하니까 후배투수들도 잘 따라갔다. 수비는 새로 온 김민재 코치가 열정을 갖고 지도했다. 오승택, 김민수 등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아시겠지만 롯데는 선수들 성향이 원체 착하다. 빡빡한 스케줄임에도 무탈하게 끝낼 수 있어 감독으로서 고맙다.”
-훈련량이 늘었다고 경기력이 꼭 향상되진 않는 것 같다.
“수치상으로는 많이 개선됐는데 팀 성적이 나쁘다보니 부각이 잘 안된 것도 있다. 도루 2위(145개)였고, 수비 실책은 100개 이하(91개)였다.”
-현재 전력 상, 내년시즌은 8위를 했던 2016년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
“(FA인) 황재균 문제가 크다. 외부 FA 영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감독으로서 푸념할 수도 없다. 있는 자원으로 한다. 외국인선수가 가장 큰 포인트인데 시간 걸려도 신중하게 뽑겠다.”
-롯데는 주전, 비주전 격차가 잘 메워지지 않는 듯하다.
“이름값, 학력, 지연 다 배제하고 실력 위주로 경쟁시켰다고 생각한다. 잘 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경쟁심 유발은 감독의 일이다.”
-내년시즌 긍정적인 요소도 있을까?
“(2016시즌)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으니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2016년 외국인야수는 활약이 전혀 없었고, 투수들도 부진했다. 외국인선수들이 성과를 낸다면 희망적이다. 강민호, 손아섭, 최준석이 예비 FA인 점도 기대한다.”
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어쩌면 2017시즌 바로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
“롯데 감독을 맡고 대만에 마무리훈련을 갔다. 어떤 방향으로 팀을 이끌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냥 1년을 겪다보니 내 스타일대로 하는 것이 맞는 거 같다. 분위기 밝게 하고. 젊고 패기 있게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겠다.”
-2017시즌은 시즌 초반부터 전력을 쏟을 것 같은데?
“감독은 1게임 1게임 다 압박 받는다. 압박 받는다고 더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1경기 1경기 하다보면 144경기 가는 것이다.”
-2016시즌은 롯데의 시즌 플랜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승부처’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지려는 감독이 어디 있겠나. 부득이한 상황이 생겼다. 선수가 아픈데 무리한 운영을 못 한다, 롯데는 (주전-비주전) 격차가 난다. (포수) 강민호를 144경기 전부 내보낼 수는 없다. 황재균, 문규현, 손아섭은 거의 전 경기를 돌렸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군말 없이 해줘서 고맙다.”
-예상을 깨고, 조 감독이 ‘색깔을 못 냈다’는 지적도 있다.
“인정한다. 성과가 났으면 무슨 색이라도 입혔겠지만….”
-감독 계약 마지막 시즌인데 성적과 육성을 다 잡아야 될 판이다.
“투수 이정민(37)은 40이 다 되가는 나이임에도 실력이 있으니 쓴다. 송승준(36), 정대현(38), 강영식(35), 이명우(34) 등도 시즌을 치르며 느꼈을 것이다. ‘이름값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 롯데는 4년간 실패했다. 팬들께 죄송하다. 성적으로 보여줘야 팬들도 호응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