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본 2016년 한국축구계] 갓틸리케→탓틸리케→□틸리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5시 45분


2015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2016년은 시련의 해였다. 
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드러내자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스포츠동아DB
2015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2016년은 시련의 해였다. 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드러내자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스포츠동아DB
전북 亞 챔피언·정조국 K리그 왕별
신태용호, 리우올림픽 8강행 수확
손흥민, 亞 최초 EPL ‘월간 MVP’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간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한국축구는 어지러웠던 나라 안팎의 상황만큼이나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때로는 축구팬들을 환하게 웃게 하는 기분 좋은 소식도 있었고, 때로는 아쉬움 속에 울상 짓게 만드는 사건도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더욱 알차고 행복한 축구계 새해 소식을 기대하며 2016년 한국축구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불안감 노출한 ‘슈틸리케호’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에서 잇달아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9월 중국과의 1차전(홈)에서 3-0으로 앞서다 후반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간신히 3-2 승리를 거뒀다. 이어 중립경기로 펼쳐진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도 0-0 무승부에 그쳤다. 당연히 이겨야 할 시리아를 상대로 승점을 1점밖에 못 뽑아 경기력에 본격적 의문을 갖게 하더니, 10월에는 더욱 고전했다. 안방에서 펼쳐진 카타르전에서 다시 3-2 신승을 거둔 데 이어 이란 원정경기에선 0-1로 져 결국 경기력은 물론 벤치 파워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기용을 놓고도 논란이 빚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직후 카타르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국선수의 경기력을 질타해 여론을 들끓게 했다. 2015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슈틸리케 감독은 불과 몇 개월 만에 ‘탓틸리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다행히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덕분에 3승1무1패, 승점 10으로 이란(3승2무·승점 11)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3위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 9)과는 불과 승점 1점차다. 최종예선은 내년 3월 재개된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사진제공|전북현대

● 상처 속 영광 차지한 전북현대

2014년부터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는 2015시즌 종료 후 ‘아시아 제패’를 목표로 내세우며 오프시즌 동안 전력보강에 열을 올렸다. 김신욱, 김보경, 이종호, 김창수, 고무열, 로페즈 등을 대거 영입해 더욱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순항하던 전북은 클래식에서도 시즌 종반까지 압도적 전력을 과시하며 3연패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스스로 씨앗을 뿌린’ 변수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올 5월 불거진 소속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비위로 인해 승점 9점 감점 징계를 받았고, 이 징계는 클래식 우승컵을 FC서울에 넘겨주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클래식을 대표하는 리딩 클럽을 자부하던 전북에서 불거진 심판 매수 파문은 K리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고, 전북은 거센 비판과 질책을 샀다. 한때 구단 명예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던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2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을 1승1무, 스코어 합계 3-2로 따돌리고 10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정조국. 스포츠동아DB
정조국. 스포츠동아DB

● 클래식 최고의 별이 된 정조국

2013년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취임 이후 승강제 도입과 구단별 연봉 공개, 유료관중 증대 등 변화의 기치를 내건 K리그는 2016년에도 한층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K리그를 빛낸 최고의 별은 정조국이었다. 한때 촉망받는 유망주였다가 깊은 슬럼프를 겪었던 정조국은 2016시즌을 앞두고 서울을 떠나 광주FC행을 택한 뒤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며 K리그의 왕별로 거듭났다. 20골로 클래식 득점왕을 차지하고, 베스트11과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3관왕에 등극했다. 한동안 ‘한물 갔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던 베테랑 정조국의 부활은 시름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던졌다. 부활의 2016시즌을 마친 그는 내년 클래식 승격에 앞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강원FC로 이적하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뿌렸다.

토트넘 핫스퍼 손흥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토트넘 핫스퍼 손흥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아시아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월간 MVP 수상한 손흥민

유럽 빅리그들은 일찌감치 2016∼2017시즌에 돌입했지만, 국가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해외파 선수들은 유례없는 부진에 시달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총사로 통하는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손흥민(토트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손흥민은 9월 한 달간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4골·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월간(9월) MVP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출장 기회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쌍용’처럼, 그 상승세를 잇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손흥민은 지속적인 대표팀 차출의 후유증 탓인지 10월 이후 소속팀에서 부진을 거듭했고, 최근 불거진 이적 루머는 그의 불안한 입지를 반영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2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한 올림픽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림픽대표팀은 8월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4년 전 런던대회 때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배들에 이어 후배들도 의미 있는 열매를 맺었다. 피지를 8-0으로 대파한 뒤 독일과 3-3 무승부를 거뒀고, 멕시코를 1-0으로 잡고 8강에 올랐다. 온두라스와 맞붙은 8강전에선 일방적 우세를 보이고도 0-1로 패했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보여준 알찬 내용이 호평을 낳았다. 짧지 않은 기간 국가대표팀 코치와 함께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신 감독은 이제 ‘이중생활’을 마무리하고 새해 5월 국내에서 펼쳐질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설 U-19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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