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펼쳐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은 결승전에서 ‘할 수 있다’는 주문을 걸며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내 감동을 낳았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하계올림픽 4개 대회 연속 톱 10 달성 유승민, 한국인 두번째 IOC 선수위원 최순실 국정농단…평창올림픽 빨간불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대한민국스포츠는 2016년 어느 해보다 바빴다. 8월에는 온 국민의 환호 속에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열렸고, 프로야구에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양대 프로스포츠인 야구와 축구도 숱한 화제를 만들어냈다.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10월 이후 불거진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부정한 권력이 그동안 체육계에 마수의 손길을 뻗쳤음이 드러났고, 한국체육계는 씻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앞두고 병신년(丙申年)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한국스포츠 전반의 이슈들을 되짚어봤다.
1. 산고 속에 출범한 통합체육회
엘리트체육을 총괄하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관장하던 국민생활체육회는 ‘대한체육회’로 통합한 뒤 3월 21일 등기를 완료하고 공식 출범했다. 양 단체의 통합은 25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통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문화체육관광부, 밑으로부터의 점진적 통합을 요구한 구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적잖은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3월 법정 출범하고도 새 통합체육회장이 10월에야 선출됐다는 사실은 통합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0월 5일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첫 통합체육회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통합이 완료됐다.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892 표 중 33%인 294표를 얻은 이 회장은 2021년 2월까지 체육행정 전반을 이끌게 됐다. 이 회장은 “모두가 함께하는 조화로운 통합체육회를 만들겠다”며 체육계의 화학적 융합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미래기획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자양궁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리우올림픽
8월 브라질에서 펼쳐진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수확해 208개 출전국(난민팀 제외) 중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당초 목표로 내건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8위를 차지해 2004년 아테네대회부터 4회 연속 올림픽 ‘톱10’을 이루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양궁과 태권도가 이번에도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양궁은 남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모든 금메달(4개)을 독식하며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의 쾌거를 달성했고, 태권도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며 금 2개, 동 3개 등 5명의 출전선수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이 따낸 총 21개의 메달 중 9개가 양궁과 태권도에서 나왔다. 반면 유도와 레슬링은 ‘노골드’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골프에서 박인비는 여자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진종오는 남자 권총 50m에서 올림픽 사격 종목 사상 첫 3연패에 성공했고,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주문을 걸며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내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IOC 선수위원 유승민. 스포츠동아DB 3. 유승민 IOC 선수위원 당선
2004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삼성생명 코치)은 리우올림픽 기간 중 현지에서 진행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후보자 23명 중 2위로 당선됐다. 전체 5815표 중 1544표를 획득해 1603표를 얻은 펜싱의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신설된 IOC 선수위원으로 한국인이 당선된 것은 유승민이 2번째로, 아테네올림픽 남자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베이징올림픽 때 처음 선출된 바 있다. 선수위원은 하계종목 8명, 동계종목 4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 등 IOC 위원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는 유 선수위원은 한국을 대표해 부지런히 세계를 누비며 활동 중이다.
박세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 박세리 은퇴…필드 떠난 ‘영원한 골프 여왕’
세계골프계에 한국여성의 힘을 과시했던 ‘영원한 골프 여왕’ 박세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필드와 작별을 고했다. ‘맨발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박세리는 골프채 하나로 국민에게 숱한 감동을 선물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하얀 발을 드러내고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스윙을 한 장면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시름하던 국민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두며 한국인 최초로 신인상을 수상한 박세리는 이후 19년간 통산 25승(메이저대회 5승)을 기록했다. 특히 2007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올 8월 리우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녀는 ‘세리 키즈’의 대표주자인 박인비의 금메달을 이끈 뒤 10월 인천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을 통해 27년간의 골프인생을 마감했다.
5. ‘최순실 국정농단’의 직격탄 맞은 체육계
박근혜 대통령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에서 비롯된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태로 체육계는 쑥대밭이 됐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연루된 체육특기생 입시비리 문제가 터졌고,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은 승마계, K스포츠재단 등에 대기업이나 정부의 부적절한 자금을 끌어들였다. ‘체육대통령’으로 불렸던 김 전 차관은 앞장서서 비리를 주도하거나 묵인했다. 여기에 더해 동·하계올림픽의 간판스타인 ‘피겨 여왕’ 김연아와 수영스타 박태환은 각각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이 약물복용에 따른 징계가 끝난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며 권력에 취약한 한국체육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6. 삐걱거린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2018년 2월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는 동계종목 관련 각종 사업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올 5월 석연치 않게 교체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에는 자진사퇴로 포장됐지만, 조 전 위원장이 최순실측의 각종 요구를 수차례 거부한 까닭에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회 개막까지 채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위원장의 교체는 성공적 개최를 위한 전체적인 로드맵이 흔들리는 결과를 불어왔다. 더욱이 최순실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뒤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순실 일당의 놀이터가 될 뻔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각종 스폰서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는 등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빨간 등이 켜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