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스토브리그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팩트와 다른 내용의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소문과 진실을 ‘LIVE톡’으로 소개한다. 진행을 맡은 이경호 기자가 김영준, 홍재현, 이명노, 강산, 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대했다.
● FA 100억원 시대 그리고 변칙 계약
이경호(이하 호)=올해 KBO 스토브리그는 사상 최초로 100억원 계약 시대를 열었습니다. 또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지만 구단의 발표액수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예년과 달리 굉장히 특이한 계약이 등장했습니다. 투수 FA 최고카드 양현종, 김광현 계약이 특히 그랬습니다. 결론적으로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앞둔 상태에서 굉장히 영리한 계약을 했네요.
이명노(이하 노)=팔꿈치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광현에게 베스트였어요.
호=SK도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리스크’를 감안한 계약을 했고요.
노=서로가 합의점을 잘 찾았죠. SK로선 손해볼 게 없는 게 김광현의 FA 재자격 취득까진 4년이 아니라 5년이 필요합니다.
호=아 그러네요. 재활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4년 후 5년째는 일반 연봉계약을 하겠네요. SK도 김광현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보류권을 5년 갖고 있으니 내년 쉰다 해도 다시 4년을 써먹을 수 있어요. ㅋ
강산(이하 산)=1년을 통째로 쉰다고 가정하면 5년간 보유할 수 있게 되죠.
노=SK는 김광현의 부상 정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협상에 급할 것도 없었고. 오히려 김광현 쪽에서 좀 안달이 났던 것 같아요.
김영준(이하 준)=SK 속마음은 김광현이 미국 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진 않았을 거예요.
호=지난해 김현수에 대한 두산의 마음도 그랬죠.
노=사실 FA 권리 행사 전, 시즌 중에도 미국 좀 갔으면 하는 바람을 종종 드러냈습니다.
준=최창원 구단주까지 나서 메이저리그행을 지지했는데 끝내 미국에 못 갔네요. 다만 SK는 김광현이 가지는 상징성을 많이 생각했을 거예요. 사실 SK는 계속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유출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여기서 김광현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KBO 타 구단에 뺏기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광현 만큼은.
노=그래도 SK가 연고지 출신, 자기들 손으로 뽑은 상위 픽 프랜차이즈들한테는 잘했어요. 최정, 김광현 등.
호=2017년 김광현 기용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장기적인 판단에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까지 담긴 계약이군요.
고봉준(이하 봉)=다른 신생구단들도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계약입니다.
산=프랜차이즈라면 잘한 만큼 확실히 보상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준=잘한 거 이상으로 해줄 때도 있죠. 그게 프랜차이즈 효과죠. 그리고 리스크가 많음에도 SK는 김광현의 상징성, 그리고 재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에서 판단했을 거라고 봐요.
노=또 다른 부상이 아니라 토미존 서저리라 부담감은 덜했던 것 같아요.
산=재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이번 같은 계약 못 안겨줬을 듯해요.
● 최형우 132억 계약설의 진실은?
호=양현종도 김광현에 전혀 뒤지지 않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입니다. 연고지 출신이고. 그런데 왜 달랐을까요?
준=양현종은 바깥에서 봤을 땐 협상전략이 잘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어요.
노=양현종은 타이밍이 다 꼬였습니다. 요코하마가 2년 옵션 포함 6억 엔 이상을 제안했습니다.
준=왜 KIA 잔류를 먼저 선언했을까요? 일본의 조건까지 흘려가면서.
산=KIA에 잔류한다고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기도 했죠.
호=양현종과 김광현은 같은 에이전트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협상에 나선 실무진은 달랐더군요. 전혀 다른 사람이 했는데, 결과도 전혀 달랐고.
노=같은 회사지만 김광현을 데리고 들어간 분과 기존에 양현종을 데리고 있던 분이 따로 진행했으니까요. 양현종 측은 KIA와 대화할 때 나눈 말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홍재현(이하 현)=양현종은 노선을 잘못 잡은 감이 있죠. 협상창구를 단일화시키면서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어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을 텐데….
호=일본 조건이 굉장히 좋았는데요. 숙소는 물론 한국어가 가능한 보모까지 제공해준다고 했데요.
산=요코하마라면 선발로테이션도 사실상 보장이었고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다면 치열한 영입전이 벌어져 수요가 늘었다면 그만큼 금액도 늘었겠죠.
준=KIA가 최형우를 100억에 잡은 걸 보면 양현종이 해외에 진출할 가능성을 높이 본 거 같아요. 실탄이 준비가 안 됐는데 덜컥 남는다 하니 KIA도 난감했을 수 있겠네요.
현=그러니까 최형우를 100억에 잡았겠죠.
노=KIA는 양현종한테 답을 듣길 원했어요. 확실한 답을. 그런데 양현종 쪽에서는 KIA한테 먼저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었죠. 해외 등 여러 구단의 제안은 들어봐야 하니까요. 근데 그 과정에서 KIA는 양현종이 확실히 가겠다 판단했고, 최형우 영입에 전력을 다했죠.
호=2년 6억엔 수준의 계약에 6인 선발로테이션까지 보장되는 상황. 그런 유리한 조건을 다 걷어찼어요. 과연 KIA가 실탄이 부족해 양현종과 협상이 길어졌을까요? 해외진출을 포기 혹은 연기하고 어떤 조건을 요구한건 가요?
준=그건 모르겠어요. 근데 기아의 행보를 보면 최형우한테 올인한 인상은 들어요.
● 양현종은 왜 1년 계약에 사인했을까
노=계약금 문제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호=규정은 있지만 어차피 이면계약할 거 계약금 내년에 줘도 되잖아요. 서로 요구했던 액수차가 워낙 컸던 것 같아요. 결국 1년 계약, 그리고 내년 시즌 종료 후 타 팀 이적을 원할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한다는 굉장히 이례적인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노=기존 계약한 최형우 나지완에 양현종까지 정상계약했다면 1년 내 지출할 계약금 규모만 100억원 규모였어요.
호=계약금만 100억원?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최형우의 실제 계약입니다. 우선 선수가 많은 돈을 받았다고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 저는 그 부분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연봉+계약금)입니다. 최고의 선수가 돼 최고의 계약을 했다면 야구선수로는 성공이죠. 과열된 FA시장은 왜곡된 시장구조를 탓해야 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언론에서 공개된 적은 없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최형우가 130억원 수준(옵션 포함 총액)의 계약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추정치입니다. 그럼 양현종이 프랜차이즈 스타의 프리미엄과 선발투수의 경쟁력 등을 강조해 그 이상을 원했을 수도 있겠네요. 해외 진출까지 포기했으니, 협상테이블에서 강하게 나갔을 겁니다.
노=양현종 쪽에서는 KIA와 협상에서 그 이상을 원했죠.
호=그래서 아직까지는 설이지만, 영원히 설일 수도 있지만, 132억원이 매우 중요하네요. 앞으로의 FA시장에서도 기준점이 될 수 있으니. 그 이상이라면 130억원보다 높은 액수?
노=130억 원대가 아니라 계산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보상금액이 더해졌어요. 올해 최형우 연봉이 7억원입니다. 금전보상만 한다면 연봉의 3배인 21억원 입니다. KIA가 만약 옵션포함 132억원 계약을 했다면 132+21=153, 양현종 에이전트가 바라보는 지점은 153억원이 됩니다.
호=아, 132가 기준이 아니라 153억. 최형우 영입을 위해 150억원을 지출했으니 협상 기준점은 거기에 맞춰야한다는 논리. 에이전트들 역시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철저하네요. 아무리 자금력이 막강한 KIA라고 해도 감당이 어려웠겠네요.
현=양현종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영리한 전술이고 당연한 논리겠네요. 국내 최고 좌완 투수인데.
노=선수의 가치가 ‘0’원이 아니니까요. 최형우 영입을 위해 보상금 14억원에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선수까지 보냈으니 그만한 가치로 환산하는 거죠. 원래 연봉 200%+선수 혹은 300%잖아요.
호=대단한 배짱이고 대단한 협상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성사되지는 않았지만요. 결국 150억 대 협상은 깨졌고 1년 22억5000만원에 합의했습니다. 내년 시즌이 끝난 후 양현종은 FA는 아니지만 사실상 FA신분이 되겠네요. 단 다년계약도 안되고 계약금도 지급할 수 없으니 또 이면계약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내년에 양현종이 KIA에서 나온다면 FA선수가 아니지만 엄청난 영입전쟁이 벌어지겠네요. 내년에 KIA에 남는다고 해도 대형계약을 발표하기 힘들잖아요. 다년계약이 불가능하니까. 해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
노=규정이 조금 복잡합니다. 11월 25일 이전에 방출, 즉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시킬 경우 KIA에 잔류할 수 없습니다. 일단 보류선수 명단에 넣고 해외진출을 본 후 다시 선수가 원할 경우 방출조치를 취할 겁니다. 시기적으로 매우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호=해외무대에 다시 도전한다면 오히려 깔끔할 수 있는데 KIA 잔류해도 연봉 계약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노=올해 양현종이 22.5억을 받았는데 곱하기 4하면 90억원 입니다. 내년 시즌 잘 던졌는데 이거보다 못한 금액을 줄 수도 없죠. 연봉 25억원 이상 계약도 가능할 겁니다. 계약금 지급을 못하니.
호=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KIA가 나름 묘수를 짜냈네요.
노=KIA의 완승입니다. 허영택 단장이 마지막에 마음을 잘 돌린 것 같아요.
준=근데 최형우가 KIA와 계약한 거 보다 삼성은 어쩌자고 선수를 다 놓치나 이런 생각은 듭니다. 지난해 박석민 올해 최형우 차우찬까지.
호=최형우 경쟁은 삼성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사상 최초 공식 발표 기준 100억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리그 최정상급 타자이기 때문에 최고 대우를 받았습니다. 삼성은 그 경쟁에서 뒤졌죠.
준=WAR로 따져도 KBO의 압도적 최고선수입니다.
호=삼성 전략은 최형우는 어차피 못 잡는다고 판단하고 이원석을 재빨리 잡고 차우찬까지 떠날 것을 대비해 우규민 계약하고. 최형우를 위해 준비한 예산이 있으니 다시 차우찬과 협상에 돌입했는데 이미 그 시기에 차우찬은 LG와 교감이 끝났죠.
준=KIA 김기태 감독은 어쨌든 좋겠네요ㅎ. 막상 양현종 없으면 선발 견적이 안 나오던데. 양현종이 계약에 따른 후유증이 있어도 김기태 감독의 힐링능력이라면 그런 점을 최소화하는 것은 있을 거 같아요.
● 100억+옵트아웃 거절한 차우찬의 LG행
호=좌완 빅3 중 차우찬이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도 하나 석연치 않은 점은 삼성이 100억원 플러스알파에 옵트아웃까지 제안했는데 발표 액 기준 95억원에 LG와 계약했습니다. 차우찬 선수 매우 인성이 바르고 훌륭하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만 숨은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요.
현=확실한 건 삼성보다 LG에서 돈을 적게 받았답니다.
호=글쎄요. 95억원은 보장 아닐까요. 옵션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총액 기준 세 자리수가 넘어가는 옵션이 있겠죠.
노=여러 가지 개인적인 생각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옵션은 당연히 존재하겠죠.
호=제가 들은 이야기는 총액 기준에서는 분명 삼성이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차우찬이 LG에서 삼성으로 지급하는 보상금액까지 생각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LG가 자신을 위해 보상금까지 100억 원 이상을 쓴다. 이걸 생각한거죠. 참 선량한 청년입니다. 감동적이에요.
현=제가 따로 취재한 바로는 차우찬과 LG의 협상은 두 번 만에 끝났다고 합니다. 한 번에 제시한 금액으로 도장 쾅.
산=삼성은 정말 ‘최차’를 잡기 위해 헌신적으로 움직였을까요.
호=삼성은 FA시장 개장 첫 날에 우규민 이원석에게 전화를 했죠.
봉=결국 그 둘을 잡았네요.
노=여러 팀 내부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돌았죠. 떠나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어요. 최형우나 차우찬이나.
현=삼성은 차우찬과 협상에서 여러 번에 걸쳐서 조금씩 금액이 올라갔다고 하네요.
준=왜 그럴까요. 삼성이.
노=최형우는 일찌감치 이적으로 마음을 굳혔어요.
● FA시장 마지막 빅 카드 이대호
호=이제 이대호와 황재균만 남았네요. 롯데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궁금합니다.
준=또 롯데만 남았습니다. 스토브리그 끝판왕 ㅋ
호=롯데가 이대호, 황재균 둘 다 잡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둘 중 누구에게 전력을 다하겠다, 그런 전략은 갖고 있나요?
봉=현재 구단 전략은 이대호, 황재균 모두 해외리그 팀과 협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황재균은 일단 잡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서 물먹기를 기다리는 듯 합니다.
노=어차피 국내로 돌아오면 kt가 있지만 거기서 질 것 같지는 않고.
호=kt는 절대 오버 페이는 안 할 겁니다. 황재균이 원하는 수준이 있겠지만 보상금액까지 있는 상황에서 절대 무리할 구단이 아니에요.
● 한화 없어도 흥미진진한 스토브리그
호=올해 스토브리그는 한화가 없지만 흥미진진합니다.
봉=한화까지 참전했으면 올해 시장 미어터졌겠네요.
노=올해는 LG와 KIA의 역습이죠. 이번 스토브리그서 NC는 수뇌부 공백으로 못 움직인 거죠? NC까지 참전했어야 재미있었을텐데.
호=NC 별로 의지가 없어 보이네요. 만약 양현종 영입했으면 또 우승 도전인데요.
현=그렇죠. 지금 선수 잡고 그럴 겨를이 없었고, 의지도 없었어요.
노=양현종에게 정말 아쉬운 한해입니다. 요코하마 제안 빨리 거절하고 LG 만났으면 운명이 바뀌었을 수도.
호=그래도 양현종은 내년에도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내년 시즌은 또 어떤 스토브리그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