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5·세인트루이스)과 김현수(29·볼티모어)가 KBO리그 출신으로 첫 메이저리그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노린다. 시즌 종료 후 나란히 FA 자격을 취득하는 둘은 KBO리그를 거쳐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 중 최초로 FA 자격을 행사하게 됐다.
지금껏 코리안 빅리거의 FA 계약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모두 KBO리그 입단 없이 아마추어에서 미국으로 직행한 선수들이었다. 최근 KBO 출신 빅리거들이 늘어났지만, FA 자격을 얻는 건 오승환과 김현수가 처음이다.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메이저리그로 간 선수들은 ‘해외 FA’ 자격으로 서비스타임(FA 자격 연한)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즉 서비스타임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메이저리그 FA들처럼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취득한다. FA 재자격 취득이 4년으로 제한된 국내와는 달리, 계약기간에 따라 바로 ‘자유의 몸’이 된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1+1’년 계약을 했고, 김현수는 2년 계약을 했다. 오승환은 베스팅 옵션(일정 조건 충족 시 자동 실행)이었고,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게 30경기를 넘어서면서 해당 옵션이 충족돼 계약이 자동 연장됐다.
둘은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또 한 번의 ‘FA 대박’을 향해 뛴다. 2017시즌 활약에 따라, 몸값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명 모두 지난해 입단 이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반전시켰다. 오승환은 추격조에서 필승조, 마무리까지 한 계단씩 올라서면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의 거듭된 부진 이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두고 구단과 갈등을 빚었고, 벤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제한된 출전기회 속에서 차츰 자리를 잡았고, 플래툰 기용이긴 했으나 가능성을 보였다.
오승환은 현재로선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불펜투수 가치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롤디스 채프먼이 역대 불펜투수 최고액인 5년 8600만달러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는 등 몸값이 치솟으면서 ‘FA 오승환’의 주가도 올라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보장액 기준으로 지난해 250만달러, 올해 275만달러의 저렴한 비용에 오승환을 마무리로 기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FA가 되기 전에 ‘연장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현수는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 좌투수 상대 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표본 자체가 적었으나 1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현지에서도 김현수의 지속적인 플래툰 기용 여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코칭스태프의 보다 큰 신뢰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