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전통적으로 화려한 ‘토종선발’ 계보를 지닌 팀이다. 1980년대 초반 고(故) 최동원의 등장을 기점으로 윤학길과 염종석, 손민한(이상 은퇴), 장원준(32·두산) 등 KBO리그를 호령했던 선발투수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사뭇 다르다. 최근 들어 거인군단에서 제대로 된 토종선발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2014시즌 이후 장원준이 팀을 떠난 뒤로는 현실이 더욱 어두워졌다. 2015시즌 롯데의 국내 선발투수가 기록한 최다승은 송승준(37)이 올린 8승이었고, 지난해엔 박세웅(22)의 7승이었다.
한 시즌이 144경기 체제로 전환된 뒤엔 토종선발들의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한 뼘 더 늘어난 페넌트레이스를 감당하기 위해선 5~6선발 체제가 필수요건. 그러나 외국인투수들을 받칠 마땅한 토종선발이 없다보니 시즌 후반부는 롯데에 늘 버겁기만 했다. 지난해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믿었던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30)과 브룩스 레일리(29)가 초반부터 부진하자 롯데는 중위권 도약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투수 노경은(33)을 영입했지만, 한번 무너진 마운드를 재구축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안정적인 선발체제를 운용하기 위해선 기존 투수들의 분발이 시급하다. 올겨울 외부영입도 없는 상황이라 그 필요성은 배가 됐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선수는 박세웅이다. 대형 유망주로 손꼽힌 그는 지난해 성장가능성을 충분히 나타냈다. 만약 박세웅이 새 시즌에도 힘을 낸다면 박진형(23)과 박시영(28)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영건 3박자’가 마운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적 2년차를 맞는 노경은도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 6월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3승10패로 부진했던 모습을 만회해야 한다.
토종선발들의 자리 잡기를 통한 마운드 재구축은 조원우 감독이 새해 목표로 내세운 소망이기도 하다. 롯데의 간절한 정유년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