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권혁(34)이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팔꿈치뼛조각제거 수술을 받았다. 2004년 12월 팔꿈치인대접합 수술, 2013년 11월 팔꿈치뼛조각제거 수술에 이어 프로 데뷔 후 3번째 수술로, 같은 팔꿈치에 3차례나 칼을 댔다. 그리고는 재활훈련의 연속이다. 새해에도 대전구장에 출근해 몸을 만들고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3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는 통증 없이 계획했던 대로 재활이 잘 진행되고 있다. 지난 연말에 처음 공을 잡고 오늘까지 캐치볼도 세 번 했다. 통증은 없다”며 밝은 목소리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권혁은 2014년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한화로 이적해 지난 2년간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공을 던졌다. 2015년 78경기에 등판해 112이닝을 던지면서 9승13패·6홀드·17세이브, 방어율 4.98을 기록했고, 2016년엔 66경기에 나서 95.1이닝을 소화하며 6승2패·13홀드·3세이브·방어율 3.87의 성적을 올렸다. 불펜투수가 2년간 200이닝 이상(207.1이닝)을 던지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러다보니 이제 ‘권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투혼의 상징’, ‘혹사의 아이콘’처럼 느껴진다.
권혁은 이에 대해 “솔직히 한화에 오고 나서 혹사니 아니니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도 괴로웠다”면서 “지난 2년간 여기 가라고 하면 가고, 저기 가라고 하면 가고, 던지라면 던졌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냥 권혁이라는 투수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한화 이적 전 그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갔고, 쓰임새 역시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한화 유니폼을 입고 나서 그는 “원 없이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2년간 원 없이 공을 던졌다. 미련할 정도로 줄기차게 마운드에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권혁은 끝났다’는 세상의 평가를 뒤집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 “이제 여유를 갖고 다시 시작하겠다”
생애 3번째 팔꿈치 수술을 한 다음에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현재까지 재활 진도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기에 ‘개막전 1군 엔트리 합류’를 목표로 잡아놓고 있다. 그렇다고 개막전만 바라보고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과욕이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혁은 “이제 남은 선수생활동안 정말 다치면 안 된다. 4번째 수술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은퇴하는 게 낫다”면서 “몇 차례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해봐서 이 과정들이 익숙하긴 하지만, 역시 재활은 지루하고 힘들다. 나이도 들어서 그런지 어릴 때보다는 아무래도 더 힘든 것 같다”며 웃었다.
다행인 점은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는 것.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권혁은 “통증이 없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구위”라며 “던질 수는 있어도 공에 힘이 없다면 재활은 실패다. 솔직히 구위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려 있다. 그게 중요한 포인트고 풀어야할 숙제다”고 덧붙였다.
권혁은 현재 대전에서 수술 부위 강화는 물론 러닝훈련을 비롯해 몸만들기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주말 일본 돗토리로 간다. 먼저 연초에 돗토리로 넘어간 배영수 등과 함께 보름가량 그곳에서 유연성 강화 훈련에 돌입한다. 그런 다음 귀국해 2월1일 선수단과 함께 다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권혁은 올 시즌에도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까. 그가 빠진 한화 불펜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한화 마운드의 절대적 존재가 돼버린 ‘불꽃투혼’ 권혁의 부활 여부에 한화의 운명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