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핑크폭격기’ 이재영(21)의 또 다른 별명은 ‘표정부자’다. 경기 때마다 코트 위에서 거리낌 없이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귀여운 외모 때문에 ‘베이비판다’로도 불리는 이재영은 입속에 교정기를 끼고도, 때론 굴욕적인 표정이 카메라에 담기더라도 자신의 흥을 표출하는 데 늘 주저함이 없다. 최근에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인기를 끌었던 가수 박남정의 ‘ㄱㄴ춤’을 따라하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재영에게 배구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프로 데뷔 3년 차인 이재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팔로어는 현재 2만5000여 명 수준이다. 배구 팬들이 자주 찾는 한 커뮤니티에는 이재영의 팬들을 위한 별도의 게시판도 마련돼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29), 꽃사슴 황연주(31) 등의 뒤를 잇는 인기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는 신호다.
3일에는 올스타 투표 최다득표자라는 새로운 타이틀도 안았다. 이날 한국배구연맹(KOVO)이 발표한 2016∼2017시즌 올스타전 투표에서 이재영은 남녀부 통틀어 가장 많은 6만4382표를 얻었다. 4년 연속 여자부 최다 득표 1위를 노리던 연봉 퀸 양효진(28·현대건설)을 뛰어넘었다. 이날 훈련 뒤 투표 결과를 전해 들었다는 이재영은 “효진 언니가 늘 해 와서 (최다 득표는) 생각지도 못했다. 깜짝 놀랐고 앞으로 배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영은 쌍둥이 동생 이다영(현대건설)과 함께 코트를 누비고 있다. 쌍둥이 자매는 이번 올스타전에 함께 서는 기쁨도 누린다. 총 4만6108표를 얻은 이다영은 이재영과 같은 K스타팀의 세터로 올스타전에 출전한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해머던지기 대표선수였던 아버지 이주형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세터 김경희의 딸인 이재영과 이다영은 2014∼2015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 2순위로 나란히 뽑힌 여자배구의 미래다. 이재영은 “(4일) 동생이 있는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마친 뒤 올스타전에서 같이 할 세리머니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다영이가 최근 용돈이 떨어졌다며 세리머니상에 욕심을 내던데 나는 뭘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평소 “칭찬을 받을수록 힘을 내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해 온 이재영은 최근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를 ‘피그말리온 효과(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로 바꿨다. 올스타전 최다 득표라는 ‘당근’을 얻은 이재영이 남은 시즌 어떤 질주를 이어갈지 배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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