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70)이 대표 선수 선발 논란에 휩싸인 마무리 투수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을 뽑을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이순철 타격코치, 선동열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단 구성 회의를 마친 뒤 "오승환은 틀림없이 필요한 선수다. 본인도 에이전트를 통해 대표선수가 되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왔다. 만약 뽑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며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감독은 "이번 대회 대표팀을 구성하기가 너무 힘들다. 도와 달라"는 말도 되풀이했다.
해외 원정도박 문제로 50인 예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않은 오승환의 합류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건 대표팀의 현 상황 때문이다. 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발 투수 SK 김광현은 왼쪽 팔꿈치 수술, 유격수 피츠버그 강정호는 음주 운전사고로 선발 논의에서 배제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롯데 강민호마저 무릎 부상을 입었다. 이에 대표팀은 김광현, 강정호, 강민호를 28인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앞서 두산 투수 이용찬도 팔꿈치 부상으로 교체된 바 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추신수, 김현수 역시 소속구단의 만류 등으로 합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가운데 오승환은 구단 설득이라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는 기량을 입증한 데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실제로 대표팀 내부회의에서는 김 감독을 중심으로 코칭스태프들이 오승환 선발에 어느 정도 뜻을 모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도 김 감독이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 사실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이 선뜻 결심하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가대표로서의 자질 논란 때문이다. '성적 만능주의'라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음주 운전 사고를 저지른 강정호를 뺀 상황에서 오승환을 합류시킬 경우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애초 오승환을 예비엔트리에도 배제했던 만큼 말 뒤집기에 대한 부담이 분명 있다.
한편에서는 이미 오승환이 벌금으로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KBO 상벌위원회의 제재는 리그 총 경기 수의 50% 출장정지 뿐이었지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운동장에서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승환의 최종 합류 여부는 11일 선수단 미팅 후 결판이 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어깨 재활 중인 것으로 알려진 KIA 투수 양현종을 만나 정확한 몸 상태를 점검한 뒤 다시 투수 교체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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