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독일 출신의 아일렌 프리슈(25)는 촉망받는 여자 루지 선수였습니다.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관왕에 오르기도 했죠.
하지만 독일 국가대표가 되는 문은 너무 좁았습니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태극마크 달기가 더 힘든 종목인 것처럼 독일에서는 누워서 타는 썰매 종목인 루지가 그런 종목이죠.
#3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경쟁력 있는 루지 선수를 원했던 대한 루지 경기 연맹은 프리슈에게 귀화를 권유했습니다. 때마침 독일 출신 슈테펜 자르토어 감독이 한국 루지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었죠.
#4 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프리슈는 고민 끝에 한국 귀화를 결심했습니다. 지난 연말 특별 귀화의 마지막 관문인 법무부 면접을 통과한 그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5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출전합니다.
#5 "평창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서 내게 새로운 기회를 준 한국에 보답하고 싶다." - 아일렌 프리슈
#6 귀화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종목은 아이스하키입니다. 이미 6명의 남자 선수가 귀화해 활발히 빙판을 누비고 있죠.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EIHC)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여기엔 귀화 선수들의 힘이 절대적이었습니다.
#7 '겨울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남자 아이스하키는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며, 관중도 가장 많이 동원하는 종목입니다.
하지만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평창 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에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습니다.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8 국제 아이스하키연맹(IIHF)은 귀화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할 경우 출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대한 아이스하키연맹은 차근차근 귀화 선수 프로젝트를 시행해 왔습니다.
#9 사상 첫 피겨스케이팅 전 종목 출전을 노리는 피겨 대표팀은 알렉산더 개믈린과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믈린은 민유라와, 레프테리스는 지민지와 짝을 이루게 됩니다.
이들 조가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 한국은 소치 대회부터 시작된 팀 이벤트에도 출전할 수 있습니다.
#10 대한 바이애슬론연맹은 4명의 러시아 출신 선ㅎ수들을 귀화시켰거나 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안나 프롤리나(한국명 서안나)는 지난해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2016 바이애슬론 여름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프린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습니다.
#11 한국은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등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4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팀의 성적은 이 귀화 선수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죠.
#12 일각에서는 귀화 선수들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특별 귀화는 이중국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후 그냥 자기 나라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13 하지만 관계자들은 태극마크를 선택한 선수들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14 6개월째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프리슈 역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한국 루지 발전을 위해 제가 갖고 있는 경험과 정보를 전수하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원본: 이헌재 기자 제작·기획: 김재형 기자·김유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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