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아이돌 그룹 샤이니 민호 아버지서 강한 원 팀 강원FC 감독 최윤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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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겸 강원FC 감독(오른쪽)과 최 감독의 차남인 그룹 샤이니의 민호. 강원FC 페이스북
최윤겸 강원FC 감독(오른쪽)과 최 감독의 차남인 그룹 샤이니의 민호. 강원FC 페이스북
 ▷“어떻게 데려오시려고요?” 프로축구 강원FC 최윤겸 감독(55)은 그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조태룡 대표이사(53)가 공격수 이근호(32)를 영입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 뒤였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게 실현 가능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난해 강원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5731만6000원이고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들의 평균 연봉도 1억 원이 조금 넘었다(1억1605만 원). 반면 이근호는 지난해 제주에서 수당을 포함해 8억6190만 원을 받은 선수다. 하지만 강원은 지난해 12월 9일 이근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그 뒤 12월 26일 베트남 출신 쯔엉을 끝으로 20일이 안 되는 기간에 10명을 추가 영입했다. 최 감독은 “이근호 영입만 해도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득점왕 정조국으로까지 이어지는 걸 보고 나도 놀랐다”라고 말했다.

 ▷1986년 유공(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한 최 감독은 1992년 현역 은퇴 뒤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2001년에 유공의 후신인 부천 감독을, 2003년에 대전을 맡았다. 전년도에 1승(11무 15패)에 그치며 꼴찌를 한 대전을 2003년 컵 대회 준우승(정규리그는 6위)으로 이끌며 대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감독이 바로 그다. 최 감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베트남의 호앙 아인 자 라이 감독을 지냈다. 쯔엉은 당시 이 구단 유소년 팀 소속이었다. 그는 “쯔엉을 몇 차례 봤는데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부에서는 쯔엉을 ‘마케팅용’이라고 하는데 자신감만 더 심어 주면 K리그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2015년 강원을 맡으며 국내에 복귀했지만 챌린지(2부) 사령탑인 그가 주목받을 일은 별로 없었다. 지도자로서보다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인 민호(최민호·26)의 아빠로 더 유명했을 정도다. 민호는 아버지의 반대로 축구 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지금도 소문난 축구광이다. 최 감독은 “따로 부탁 안 했는데도 민호가 알아서 강원 홍보에 앞장선다”라며 웃었다. 지난해 138장에 불과했던 강원의 시즌권 판매량은 이미 10배를 넘겼다. 일본에서 구매한 것만 100장이 넘는다. 민호의 팬들이 사 준 것이다. 일본에서 강원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 오기는 쉽지 않은 일. 일본 팬들은 시즌권을 도내 소외 지역 팬들에게 기부해 달라고 했다. 최 감독 덕분에 강원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올해 강원의 목표는 정규리그 3위 이상을 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것이다. 임무가 버겁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부담을 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도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기회다. K리그에 작지만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부천 코치 시절 감독이던 발레리 니폼니시(73)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늘 말한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기다려 주는 지도 스타일이 인상 깊었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이 올해의 강원에 통할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 출신 선수들부터 ‘원 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내 역할은 그들을 독려해 챌린지(2부) 시절의 절실함을 잊지 않게 하면서 ‘성공의 방정식’을 맞춰 가는 것이다. 두고 보라. 올해 강원은 ‘강한 원 팀’이 될 것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그룹 샤이니#민호#최윤겸#강원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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