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에 위안부 강제동원과 난징(南京) 대학살을 부정하는 극우성향의 서적을 비치해 물의를 빚은 일본 호텔 체인 아파(APA)호텔에 다음 달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한국 선수 100명 이상이 숙박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재일본 대한민국체육회 관계자는 24일 "다음 달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와 오비히로(帶廣)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 참석하는 선수 230명 중 절반가량이 삿포로 북쪽에 위치한 '아파호텔 마코마나이(眞駒內) 호텔&리조트'에서 묵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계아시안 게임은 다음 달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아파호텔이 숙소로 정해진 것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호텔이 대형 리조트 호텔인 데다 부근에 경기장이 몰려 있어 한국 등 아시아 각국 선수 2000여 명이 함께 묵는다는 것.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한국 선수들이 아파호텔에서 묵게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며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관계기관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숙소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호텔 체인은 호텔 객실 내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부활로의 제언' 등 우익적 서적을 비치한 사실이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책들은 이 호텔체인의 최고경영자(CEO)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73)가 저술한 것들로 군위안부 강제동원이나 난징학살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중국에서는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모든 중국 여행사들이 APA호텔과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고 APA호텔과 연계된 여행 상품 광고를 삭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단이 이 호텔에 숙박하게 되면 자칫 이번 사태가 한일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서적을 원치 않은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것인 만큼 스포츠를 통한 교류라는 대회의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 동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이 호텔에 문제의 서적을 치워달라는 의사를 요구했지만 호텔 측은 책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파호텔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 측 발언이나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로서 하나하나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문제의 극우) 서적은 저도 읽은 적이 없으므로 알 수 없지만, 민간호텔이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서 둔 잡지 등의 하나라고 생각하므로 그 속까지 정부가 들여다보고 둬서 좋은 건지 두지 말라든가 이런 것을 발언할 생각은 현시점에선 없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설치한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는 철거를 요구하면서도, 자국 호텔 내 극우 서적이 비치돼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선 민간의 일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다만 한국정부가 나서서 서적 철거를 요구하게 되면, 소녀상 문제에 대해 "민간이 한 일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설명해온 논리가 엉클어지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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