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이대호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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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6일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 한국 선수 2명이 미소를 머금으며 1루에서 만나는 중계방송 화면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시애틀 1루수인 이대호가 1회말 몸에 맞는 볼로 진루한 텍사스 추신수와 상봉한 것이다. 국내 야수가 선발 출전해 벌인 첫 메이저리그 맞대결이라고 당시 기사는 소개했다.

 ▷이대호는 부산 수영초등학교 3학년 때 추신수 손에 이끌려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를 하러 이 학교로 전학 간 추신수가 뒷자리의 덩치 큰 이대호를 보고 감독에게 “우리 학교에 고등학생이 있다”고 전하니 바로 데려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추신수가 2010년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공개한 사연이다. 코흘리개 시절 맨땅에서 흙먼지 마시며 야구를 배운 두 사람.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재회했을 때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두 사람과 1982년생 동갑내기로 한화의 김태균과 정근우가 있다. 네 사람은 2000년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들이다. 이들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은메달과 2010년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도 힘을 합쳐 일궈냈다. 우타자 이대호와 좌타자 추신수는 국가대표 때를 제외하면 같은 팀에서 뛰며 상대팀 투수를 혼낸 적이 없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뒤 롯데는 기울기 시작해 2013∼2016년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한 해에 130만 명이 넘던 안방 관중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가 롯데로 복귀하며 동료, 후배들과 우승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자 야구도시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이대호와 추신수는 2020년 각자의 계약이 끝난다. 그 이듬해 두 사람이 함께 롯데에서 뛰는 상상을 해본다. ‘절친 노장’들의 활약에 팬들은 목이 터져라 ‘부산 갈매기’를 부를 것이다. 40세에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을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2007년 해외파 특별 드래프트에서 SK가 지명한 추신수의 족쇄가 풀린다면.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이대호#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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