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땐 버럭버럭, 끝나면 나긋나긋… ‘우리’로 묶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우리은행 출신 김은혜 해설위원이 말하는 위성우 감독

위성우 감독
위성우 감독
 6-6-6-6-1-1-1-1-1.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최근 9년 정규리그 순위다. 4년 연속 꼴찌였던 팀이 5년 연속 1위를 하고 있다. 드라마 같은 반전이다. 마지막으로 꼴찌를 했던 2011∼2012시즌 우리은행의 개막 경기에서 20분 이상 뛴 선수는 임영희, 양지희, 박혜진, 이승아, 그리고 김은혜였다. 당시는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서 뛰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부터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선수는 그대로였지만 코칭스태프가 바뀌었다.

 신한은행에서 코치로 통합 6연패를 이뤄낸 위성우 감독(46)이 팀을 맡았다. 여자농구의 전설이었던 전주원 코치와 박성배 코치가 위 감독을 보좌했다.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은혜 KBSN 해설위원(35·사진)은 “4년 연속 꼴찌를 하니 선수들이 깊은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 3쿼터까지 앞서 있어도 ‘이러다 또 질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4쿼터가 되면 서로 기회를 미뤘다. 위 감독님이 부임 후 가장 주력한 일은 그런 패배의식을 없애는 것이었다”고 기억했다. 어떻게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게 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은 “엄청난 훈련”이라며 “위 감독님 말고도 많은 연습량을 주문하는 지도자는 많다. 하지만 위 감독님은 대단히 세밀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나도 그랬지만 여자 선수들은 몇 번 훈련했다고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끈기를 갖고 지속적으로 섬세하게 가르쳐야 한다. 경험이 많은 위 감독님은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에 데뷔한 김 위원은 은퇴할 때까지 우리은행에서만 뛰었다. 우리은행이 2005년 겨울리그부터 3연패를 달성할 당시의 주역이다. 우리은행의 첫 전성기와 최악의 시기를 모두 지켜본 김 위원은 위 감독이 부임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12년 4월 12일이었다. 이듬해 4월 10일에 우리은행의 모든 경기 일정이 끝났다. 1년 가까운 기간에 운동을 안 한 날은 열흘밖에 안 됐다. 그러니 기억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다. 그래도 4년 연속 꼴찌를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대부분의 지도자가 고참들은 훈련 시간을 조절해 주는데 위 감독님은 그런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다음 시즌에도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김 위원은 “우리은행 선수들을 만나보면 이렇게 우승을 많이 했는데도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은 강팀의 지위를 지킬 것으로 본다”며 “위 감독님이 선임된 뒤 주변에서 ‘운동은 독하게 시키지만 사람은 정말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선수 때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 사람 좋다는 건 전혀 느끼지 못했다. 코트를 떠나니 훈련 외에는 선수들을 따뜻하게 챙겨줬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한편 25일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에서 2위 삼성생명이 KDB생명을 87-58로 완파하면서 우리은행의 매직 넘버는 ‘1’을 유지했다. 우리은행이 27일 삼성생명과의 안방경기에서 승리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
#여자농구#우리은행#위성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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