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삼성 출신 차우찬(30)이 LG에서 4년간 95억 원을 받기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 삼성 팬 친구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24일 이대호(35)가 롯데와 계약하면서 FA 몸값 최고액은 150억 원까지 올랐습니다. 선수들 몸값은 정말 터무니없이 올라가고 있는 걸까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 원년(1982년)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은 1215만 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퓨처스리그(2군) 없이 1군 선수단만 있었습니다. KBO에서 공개한 지난해 팀당 27명 엔트리에 포함된 1군 선수 평균 연봉은 2억1620만 원으로 원년보다 17.8배 올랐습니다. 정말 오르기는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프로야구 선수만 연봉이 오른 건 아닙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2년 도시 근로자 가구(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31만3608원이었고, 지난해(3분기)는 이보다 15.8배 오른 494만8983원이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3.2배 더 벌었고, 지난해에는 3.6배 더 벌었습니다.
사실 KBO 발표 자료에는 중요한 게 하나 빠져 있습니다. 바로 FA 계약금입니다. 계약금은 해마다 받는 돈은 아니지만 분명 선수들 몸값에 포함되는 돈입니다. FA 계약금 총액을 계약 기간으로 나눠 연봉에 포함해 계산하면 지난해 1군 선수 평균 몸값은 3억1271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이건 지난해 보통 월급쟁이보다 5.3배 많은 금액입니다. 35년 동안 프로야구 선수와 보통 사람들 월급 차가 1.5배 정도 더 벌어진 셈입니다.
그럼 선수들 몸값은 왜 이렇게 많이 올랐을까요? ‘장사가 잘됐기 때문’입니다. 1982년 구단별 평균 입장 수익은 3억5510만 원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87억900만 원으로 24.5배 올랐습니다. 어디서 비슷한 숫자 보시지 않았나요? 네, 선수 몸값이 올라간 것과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아니, 적어도 입장 수익이 늘었으니까 선수들 몸값도 그만큼 올라갔을 겁니다. TV 중계권료 같은 다른 수익은 이보다 더 많이 늘었고 말입니다.
해외 리그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계산하면 지난해 한국에서 최고 몸값의 프로야구 선수는 24억 원을 받은 NC 박석민(32)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구로다 히로키(42·히로시마)가 박석민보다 3배 정도 많은 6억 엔(약 61억5228만 원)으로 몸값이 제일 비싼 선수였습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관중은 약 2498만 명으로 약 834만 명이 찾은 한국 프로야구보다 약 3배 많았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시장 규모보다 유독 몸값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 그래도 최근 몇 년 사이 FA 시장이 프로야구를 위기로 몰고 갈 만큼 너무 과열된 게 아니냐고요?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통합검색(KINDS) 서비스에서 찾아보니 “FA 몸값 거품이 너무 심하다”는 논조로 기사가 처음 나온 건 2000년이었습니다. 2000년은 KBO에서 FA 제도를 도입한 바로 다음 해였습니다. 그 뒤로 16년 동안 프로야구는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친구야, 네가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선수 몸값 때문에 프로야구가 망하지는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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