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넘고 ‘평창 여왕’ 맡아놓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세계기록 경신 러 메드베데바, 체력 바탕 독보적인 점프 과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의 샛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사진)가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은퇴한 뒤 확실한 강자가 없던 여자 싱글 피겨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

 메드베데바는 28일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29.71점(쇼트프로그램 78.92점, 프리스케이팅 150.79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획득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는 김연아가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당시에 작성한 세계기록인 총점 228.56점을 7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러시아 피겨선수권에서도 233.57점으로 우승했지만 이는 러시아 국내 대회여서 비공인 기록으로 남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도 그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메드베데바는 “세계기록을 작성해 행복하지만 그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 아이돌그룹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게재할 정도로 한국 아이돌에게 관심이 많다. 메드베데바는 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겨누고 있다.

 2015∼2016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나서고 있는 메드베데바는 데뷔 시즌에 곧바로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며 세계 피겨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시즌에는 ISU 그랑프리 2차, 4차와 파이널 대회에 이어 유럽선수권까지 자신이 출전한 ISU 대회에서 모두 총점 200점을 넘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에 나설 때마다 적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메드베데바의 강점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난도가 높은 트리플(3회전) 점프를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 점수가 높다. 그는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점프를 9차례나 구사했다.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 과제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성공한 그는 마지막 점프 과제로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했다. 콤비네이션 점프를 3회까지 할 수 있는데, 그는 앞에서 이미 3회를 채웠다. 게다가 같은 종류의 트리플 점프는 2회로 제한된다. 따라서 마지막 점프 과제의 트리플 토루프는 점수로 인정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점수와 관계없이 트리플 점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 주기 위해 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한 것이다. 메드베데바는 “이번 경기를 좀 더 특별하게 마치기 위한 시도였다”라고 말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피겨#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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