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의 리더인 주장은 코칭스태프, 구단과 선수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다른 단체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에서도 주장의 역할은 크다. 그라운드 안에선 선수들을 지휘하는 ‘제2의 감독’이고, 밖에선 팀 내 분위기를 이끄는 ‘맏형’이어야 한다. 2017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개막이 3월 4일로 다가온 가운데, 12개 구단도 주장을 확정하고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 ‘장기집권’하는 황지수-염기훈
각 구단은 주장 임명에 큰 공을 들인다. 올해도 포항 스틸러스의 선택은 황지수(36)다. 2012시즌 중반 캡틴을 맡은 황지수는 올해로 주장 6년차다. 타 종목에서도 쉽게 예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집권’이다. 그만큼 황지수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수원삼성 염기훈(34)도 4년 연속 완장을 찼다. 지난해 수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주장을 맡았던 그는 감독과 동료들의 굳은 신임 아래 다시 리더가 됐다.
4년 만에 클래식 무대로 복귀한 강원FC는 오프시즌 대거 새 얼굴들을 보강했지만, 주장은 그대로 백종환(32)에게 맡겼다. 조직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최윤겸 감독이 기존 선수들과 새로 가세한 선수들의 융화를 위해 백종환을 재신임했다. 백종환도 올해 주장 3년차다. 주장이 연임된 팀은 이들 3개 구단을 포함해 총 8개 팀이다. ‘구관이 명관’인 셈이다.
반면 FC서울과 전북현대는 새 얼굴을 뽑았다. 곽태휘(36)와 신형민(31)이다. 국가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기도 했던 ‘곽대장’ 곽태휘는 9년만인 지난해 여름 서울에 복귀한 뒤 올해 주장으로 데뷔한다. 지난해 클래식 유일의 ‘외국인선수 주장’이었던 오스마르(29)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형민은 일본으로 떠난 ‘골키퍼 주장’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의 뒤를 잇는다.
12개 구단 주장들 가운데 8명은 30대고, 나머지 4명은 20대다. 최연소 주장은 부주장에서 주장으로 승진(?)한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25)이다. 곽태휘와는 열한 살 차이다.
● 포지션 쏠림 현상은 왜?
12명의 주장을 포지션별로 분석하면, 수비수와 미드필더에 몰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히 반으로 나뉜다. 곽태휘, 백종환과 함께 제주 유나이티드 오반석(29), 전남 드래곤즈 최효진(34), 광주FC 이종민(34), 대구FC 박태홍(26) 등 6명은 수비수다. 수비수가 리더 역할을 하면 그라운드 후방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수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주장도 6명이다. 황지수, 염기훈, 신형민, 김도혁과 함께 울산현대 김성환(31), 상주상무 김성준(29)이 미드필더다. 권순태가 떠나면서 골키퍼 주장은 한명도 없고, 오스마르가 대권을 내려놓으면서 외국인선수 주장도 없다. 최전방 공격수 주장이 한 명도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포지션의 특성상 선수단을 아우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투수 출신 주장이 드문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