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1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올 시즌 기대감이 크다. 팀은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토브리그에서도 차우찬을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에 앞장섰다. 양 감독도 외국인투수 없이 개막적은 치른 지난해와는 달리 준비된 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강팀 LG’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우리 팀은 강팀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지, 아직 강팀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캠프를 떠나기 전 스포츠동아와 만난 양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지만 “LG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부터 진짜 강팀이 되기 위한 과정이니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긴장의 고삐를 조였다.
● LG를 바꾼 ‘양파고’의 숨은 노력
양 감독은 2015년과 2016년 변화를 꾀했다. 가장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팀 분위기 쇄신이었다. 사실 이전까지 LG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하긴 했지만, 늘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상대 혼만 내주고 끝내는 바람에 이른바 ‘혼의 야구’를 한다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몇몇 선수들의 능력이 출중했지만 주전과 백업선수들의 실력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쌍둥이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양 감독은 하나씩 과제를 해결해나간다는 마음으로 팀을 이끌었다. 우선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 재능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경쟁구도를 만들어 선수단 전반적으로 실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소극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고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애썼다.
가장 먼저 코치들에게는 절대로 경기 중에는 선수들을 야단치지 않도록 했다. “선수들은 경기 중에 실수를 하면 코치가 위로를 해도 야단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 주눅 든다. 실수를 해도 아무 말 없이 믿어줘야 선수가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재미있는 제안도 했다. 유지현 작전코치과 함께 개개인 세리머니를 준비하라고 한 것이다. 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다 착하고 수줍음이 많다. 개인성향은 그럴 수 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며 “잦은 세리머니는 상대를 자극하니까 안 되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경기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쳤을 때, 중요한 삼진을 잡아냈을 때는 기쁨을 표현하면 덕아웃 분위기가 올라간다. 그 정도로 적극적으로 경기를 하면서 활기차게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노력하는데 자신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양 감독은 “팀의 방향성을 결정했으면 내가 흔들리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힘들 때도 있었다. 불평불만이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흔들리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은 한 해 반짝 나올 수 있다. 지금 우리 팀에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는 숫자가 아니다. 팀 문화, 컬러, 정신이 확고히 만들어져 있으면 조금은 늦게 갈지 몰라도 나중에는 탄탄한 울타리가 생긴다. 진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 2017시즌 LG? 2년간 노력 수확하는 해
양 감독의 도전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15시즌 9위로 떨어지는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2016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가을야구를 했다. 세대교체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양 감독은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2017년, 더 나아가 향후 10년 LG가 가야할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 감독은 “지난 2년은 팀 체질개선을 위한 변화를 꾀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팀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하는 해”라며 “지난해 채은성 이천웅 김지용 김용의 임정우 최동환 유강남 등 선수들이 역할을 해줬지만 앞으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더 중요하다. 내가 재계약을 하든, 하지 못하든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구성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2017시즌 목표를 승률 5할 이상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차우찬 영입으로 우승후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양 감독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양 감독은 “우찬이가 오면서 지난해와 달리 ‘누구를 선발로 써야하나’ 하는 고민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차우찬이 와서 갑자기 우리 팀이 우승후보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그는 “2~3년은 꾸준히 가을야구도 하고 선수들이 지금보다는 더 확고히 자리를 잡아야한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승률 5할 이상만 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 제2의 오지환? 이 없으면 잇몸으로!
아직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득점력을 올리기 위한 타선 구성은 캠프를 떠나기 전까지도 물음표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군입대해야 하는 오지환의 후임자도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양 감독은 “누구를 써야하나 우왕좌왕했던 지난해보다는 낫다”며 웃고는 “(박)용택이가 3번 붙박이로 쳐주고 고민 많았던 1~2번도 (김)용의나 (이)천웅이 등 능력 있는 후보들이 있다. 히메네스, 지환이, (채)은성이가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해줄 수 있고, 하위타선에도 (유)강남이, (손)주인이가 있다. (정)상호도 예년보다는 몸 상태가 좋으니까 활용범위가 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2의 오지환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철칙 중 하나가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살 수 있다’다”라며 “누군가 빠지면 메울 사람은 있어야 좋은 팀이다. 캠프 때 강승호부터 오상엽 양석환 장준원 등 여러 후보를 준비하려고 한다. 군 제대 선수들 중에서도 유격수 유망주가 있다. 지환이의 공백이 매우 크겠지만 누군가는 만드는 것 또한 내가 할 일이다”고 말했다.
물론 기대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우찬 자체보다 차우찬이 가져올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양 감독은 “우찬이가 이닝소화능력이 있으니까 건강하게만 로테이션을 돌아주면서 나오는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허프와 소사, (류)제국이와 우찬이까지 4선발진이 버텨주면 야수들도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고, 불펜 과부하도 줄일 수 있다. 한 시즌을 생각하면 그 부분이 굉장히 팀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리빌딩의 정의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경기에 내보내는 게 아니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프로답게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우선순위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하루하루 충실히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필요했는데, 지난해도 그렇고 시즌 끝나고도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믿음이 생겼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