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주변 ‘바람골’ 유명… 평균 초속 5m… 경기 취소 막으려 40억원 들여 방풍막 설치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점프 경기가 열리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는 경기장 주위의 강한 바람으로 악명이 높다.
2009년 완공된 스키점프센터는 지형 특성상 경기장을 향해 부는 바람을 막기 어려운 곳에 건설됐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선수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제스키연맹(FIS)은 초속 3m 이상의 바람이 불면 경기를 중단하고, 초속 5m 이상일 때는 경기를 취소한다. 하지만 경기장이 위치한 대관령의 30년간(1981∼2010년) 2월 평균 풍속은 초속 5.0m이며, 최대 풍속은 초속 18m를 넘는다. 이곳은 2011년 대륙간컵 스키점프대회에서 미국 선수가 갑자기 부는 뒷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한동안 국제 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1일 전국스키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스키점프센터에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의 김현기는 “스키점프센터가 위치한 곳이 과거에는 ‘바람골’로 불렸을 정도로 경기를 치르기에 좋은 위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서우는 “대부분의 스키점프대는 산골짜기 안에 꼭꼭 숨겨져 있지만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는 인근에 풍력발전소가 보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 지어졌다”고 말했다.
강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0억 원을 들여 스키점프대 주위를 둘러싸는 방풍 네트(총길이 241m, 면적 4600m²)를 설치했다. 특히 지형적 특성과 선수를 위협하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대칭형이 아니라 스키점프대 정면을 기준으로 왼편은 뒷바람을 막고, 오른편은 옆에서 부는 바람을 막도록 설치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풍공학 연구소에서 실험해 본 결과 바람이 줄어드는 감풍률은 70%로 나타났다”면서 “방풍 네트는 경기장에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 최초로 경기가 취소되는 불명예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점프대에서 느끼는 바람의 세기 외에 바람 소리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서우는 “몸으로는 바람을 느끼지 못해도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스키점프센터 환경이 오히려 국내 선수에게는 홈 이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내놨다. 김현기는 “바람 소리가 센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우리는 적응이 돼 있지만 외국 선수들은 강한 바람 소리로 인해 겁을 먹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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