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평창]눈은 파랗지만… “우리도 어엿한 태극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평창 누빌 귀화 선수들
독일 여자 루지 유망주, 프리슈
바이애슬론 러 대표 출신, 프롤리나
‘불모지’ 한국에 올림픽 메달 선물 기대

남자 아이스하키는 6명이 귀화 선수
피겨도 추진깵 모두 15명 안팎 될 듯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파란 눈의 태극전사’로 불리는 귀화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눈과 얼음 위를 누비게 된다. 독일 출신으로 귀화한 여자 루지의 아일렌 프리슈(왼쪽 사진)와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인 남자 아이스하키의 골리(골키퍼) 맷 달튼. 스포르트 홈페이지·동아일보DB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파란 눈의 태극전사’로 불리는 귀화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눈과 얼음 위를 누비게 된다. 독일 출신으로 귀화한 여자 루지의 아일렌 프리슈(왼쪽 사진)와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인 남자 아이스하키의 골리(골키퍼) 맷 달튼. 스포르트 홈페이지·동아일보DB
1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국제루지연맹(FIL)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독일은 금메달을 차지한 타트야나 휘프너(34)를 포함해 톱10에 4명이나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루지 최강국이다. 그런 만큼 독일에서 루지 국가대표로 뽑히기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함께 겨울 올림픽 썰매 종목 중 하나인 루지는 얼굴이 하늘을 향한 채 누워 타는 썰매로 다리부터 결승선을 통과한다.

아일렌 프리슈(25)도 한때 독일에서 루지 유망주였다. 프리슈는 2012년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1인승에서 우승하면서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2013년에는 23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후 프리슈는 독일 내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면서 주로 국가대표 2진으로 시간을 보내다 2015년 은퇴를 했다.

그랬던 프리슈가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이 아닌 태극마크를 단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다. 프리슈는 지난해 말 법무부의 허가를 받아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특별 귀화했다. 한국의 경기력이 세계 수준과 차이가 큰 점을 감안한 대한루지경기연맹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경쟁력 있는 선수의 귀화를 추진했는데 올림픽 출전이 꿈이던 프리슈와 인연이 닿은 것이다. 프리슈는 17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한다.

러시아 여자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귀화한 바이애슬론의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제공
러시아 여자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귀화한 바이애슬론의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제공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인 바이애슬론에도 파란 눈의 태극전사들이 있다. 바이애슬론은 국내 등록 선수가 200명가량이고, 이 중 성인은 50명 남짓밖에 안 될 정도로 선수층이 얇아 역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종목이다. 안나 프롤리나(33)는 지난해 3월 특별 귀화를 했다.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인 프롤리나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종목에서 4위를 한 세계 정상급의 선수다.

하지만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 했다. 당시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프롤리나는 출산 후 다시 국가대표에 도전했지만 독일과 함께 바이애슬론 최강국으로 꼽히는 러시아에서는 1년 가까운 공백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롤리나 역시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은 희망 때문에 한국행을 택했다. ‘서안나’라는 한국 이름까지 둔 프롤리나는 지난해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여름 세계선수권 스프린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 바이애슬론 불모지 한국에 세계선수권 첫 메달을 안기면서 평창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바이애슬론에서는 러시아 주니어 국가대표를 지낸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24)와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마(27·여)도 귀화를 했다.

귀화 선수가 가장 많은 종목은 ‘겨울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아이스하키다. 남자 아이스하키에서는 지난해까지 6명이 귀화를 했다. 국가대표 골리(골키퍼) 맷 달튼(31)을 포함해 캐나다 출신이 5명이고, 미국 출신이 1명이다.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9개나 딴 아이스하키 절대 강국이다. 이처럼 아이스하키에 유독 귀화 선수가 많은 것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개최국 한국에 자동 출전권을 주면서 내건 조건 때문이다. 당초 IIHF는 세계 수준과 차이가 많이 나는 한국에 본선 자동 출전권을 주는데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귀화 선수를 많이 영입해 전력을 보강한다는 조건으로 자동 출전권을 준 것이다. 파란 눈의 태극전사들이 대거 포진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9일부터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유로 챌린지 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 덴마크, 헝가리 4개국이 참가한다.

피겨스케이팅에서 처음으로 전 종목(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출전을 계획 중인 한국은 페어와 아이스댄스 종목에서도 귀화를 추진 중이다. 남은 기간 외국인 선수의 귀화 추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평창 올림픽에 나서는 파란 눈의 태극전사는 15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귀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귀화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전체 참가 선수의 5%에 가까운 120명가량이 귀화 선수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평창#올림픽#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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