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팀’ 백지선호, 세계 13위 덴마크 처음 눌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4-2 완승… ‘야전사령관’ 김상욱 쐐기골 활약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센터 김상욱(29·안양 한라·사진)은 ‘빙판 위의 야전사령관’이다. 대표팀 공격라인 가운데에서 벤치에 있는 백지선 감독의 지시와 현장 흐름에 따라 탁월한 감각과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진두지휘한다. 축구로 치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상욱은 2016∼2017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에서 도움 1위(48개)를 달리고 있다. 대표팀 선수 중에서는 공격포인트 2위(7골 22도움·2013∼2016년 기준)에 올라 있다. 김상욱은 9일 고양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덴마크(세계 13위)와의 경기에서 2-1로 앞선 3피리어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국(세계 23위)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려 4-2 승리를 이끌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는 선수가 대부분 빠진 덴마크지만 역대 전적에서 5전 전패를 당해 오던 덴마크를 상대로 값진 첫 승을 거둔 대표팀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1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김상욱에게 백 감독이 강조하는 ‘원 팀’으로 변모하고 있는 대표팀 스토리를 들어봤다.

김상욱은 “센터로서 동료들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욱은 자신의 형인 김기성(32·안양 한라)을 ‘찰떡궁합 측면공격수’로 꼽았다. 그는 “나의 도움 수치가 높은 것은 연세대와 실업팀에서 호흡을 맞춰 온 형이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형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되는 위치로 패스를 하면 어김없이 그곳에 형이 있다”고 말했다. ‘특급 도우미’인 동생의 지원 사격 덕분에 김기성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15골 16도움)를 기록하며 국내 간판 공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상욱은 “대표팀 공격수들이 마음껏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수비를 묵묵히 이끌고 있는 ‘그라인더(분쇄기)’ 브라이언 영(31·하이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라인더는 보디체크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뜻한다. 귀화 선수인 영은 186cm, 86kg의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보디체크가 일품이다. 김상욱은 “소속팀 경기에서 영에게 보디체크를 당해봤는데 정말 아프다. 국제 경기에서 일본 선수들이 영의 보디체크가 두려워 쉽게 골대 앞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골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영이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 덕분에 상대가 우리 골문 앞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욱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세계적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NHL 선수들이 출전 비용 문제 등으로 올림픽 참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그들이 꼭 평창에 왔으면 좋겠다. 대표팀 선수들 모두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당당하게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겨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고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김상욱#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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