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개막하는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승격 팀은 대구와 강원이다. 2014년 챌린지(2부 리그)로 함께 강등됐던 두 시민구단은 승격도 같이 했다. 하지만 1부 리그 복귀를 준비하는 두 팀의 행보는 딴판이다.
보험회사 영업사원 출신으로 프로야구 넥센 단장을 지낸 조태룡 씨(53)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원은 공격수 이근호와 정조국, 수비수 오범석, 골키퍼 이범영 등 국가대표 출신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오프시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구단이다. 강원은 리그 3위 안에 들어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승격 첫해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대구는 너무 조용하다. 눈에 띌 만한 선수 영입이 없다. 지난 시즌 임대 선수로 데리고 있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세징야를 완전히 이적시킨 것을 포함해 6명을 영입했지만 무게감 있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강원 같은 선수 영입? 하면 좋겠죠. 그런데 우리는 그럴 여력이 안 됩니다.”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63)는 “강원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전력 보강이라는 차원에서만 보면 강원이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 아니겠나. 몸값 비싼 선수를 영입하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구단을 운영하는 조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K리그 시민구단 중 자생력 있는 구단이 있나? 기업 구단 중에도 그런 곳은 드물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땐 큰돈 들이는 선수 영입보다는 키워 쓰는 육성이 살길이다. 축구 1, 2년 하고 말 건 아니지 않나”고 했다. 조 대표는 시민구단인 경남 감독 시절 윤빛가람(옌볜), 김주영(허베이), 이용래(수원) 등을 뽑은 뒤 국가대표로 성장시켰다. 당시 경남은 ‘조광래 유치원’으로 불렸다. 조 대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이적 영입보다는 신인 선수(8명)를 더 많이 뽑았다.
대구는 2부 리그에 있던 지난 시즌 구단 예산으로 약 100억 원을 썼다. 2부 리그의 기업 구단인 부산과 서울 이랜드 정도를 빼면 예산 규모는 최상위권이다. 2부 리그의 대구가 이렇게 많은 돈을 쓴 이유는 2군 리그 선수 육성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1부 리그로 올라온 올해는 140억 원 정도로 늘었다. “앞으로도 선수 영입보다는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우선 돈을 쓸 생각입니다.”
조 대표는 “쓸 만한 선수를 키워내려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가 2014년 대구에 처음 왔을 때 선수들은 원룸과 아파트에 흩어져 숙소 생활을 했다. 한 방에서 4명씩 함께 지냈다. 숙소에서 선수단 식당까지 가려면 15분씩 걸어야 했다. “처음 와 보니 이게 무슨 프로인가 싶더라고요. 이래서 어떻게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겠나 싶은 생각에 기가 찼습니다.” 조 대표는 이듬해 당장 선수단 숙소를 옮겼다. 안방구장인 대구스타디움 근처 육상진흥센터 내 외국인 선수 숙소가 1년 내내 거의 비다시피 해 이곳을 선수단 숙소로 삼았다. 지금 한창 설계 중인 클럽하우스가 2018년 중순이면 완공된다.
조 대표는 승격 첫해 목표를 1부 리그 잔류로 삼았다. 이것도 쉬운 건 아니다. 지난 시즌 승격 팀 수원FC도 한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2부로 떨어졌다. 조 대표는 “1부 리그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 잔류도 사실 쉬운 게 아니다. 1, 2부 리그 간 경기력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해도 분명히 차이는 있다. 특히 경기 템포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조 대표는 차근차근 준비해 3년 안에 우승에 도전해 볼 만한 팀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다. “첫해 잔류에 성공하면 버티는 힘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2년째 좀 더 올라가고 3년째 우승까지 도전해 보겠다. 이 정도면 아주 겸손한 목표 아닌가. 승격 첫해 ACL 출전권을 따겠다는 팀도 있는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