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등록名에 특별한 제한 없어… 어감 이상하거나 발음 힘든 이름
선수 동의 받아 부르기 쉽게 변경도
전 소속팀에서는 시엘리스였던 이름이 강원에서는 발렌티노스. 왜 그럴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강원은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발렌티노스 시엘리스의 등록명을 ‘발렌티노스’로 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등록명은 선수가 유니폼에 새기는 이름으로, 시즌 시작에 앞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해야 한다. 키프로스 출신인 발렌티노스는 전 소속팀 AEL 리마솔에서는 성(姓)을 따 시엘리스를 유니폼에 달고 뛰었다. 그는 강원에서도 계속 시엘리스를 유니폼에 새기고 뛸 생각이었으나 구단 직원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시엘리스는 발기부전 치료제와 발음이 비슷한 데다 첫 음절이 한국의 대표적 욕설 첫 글자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설명을 듣고 난 발렌티노스가 한참을 웃더니 ‘그런 사정이 있다면 시엘리스를 이름으로 쓰지 않겠다’고 하더라. 그런 발기부전 치료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더라”고 말했다.
2015년 수원에서 뛴 불가리아 출신의 일리안은 전체 이름이 일리안 미찬스키였다. 이 선수 역시 수원 입단 전에는 미찬스키라는 이름을 유니폼에 달고 뛰었지만 수원에서는 일리안을 등록명으로 사용했다. 미찬스키의 앞 두 음절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프로축구연맹에 제출하는 선수 등록명은 글자 수를 제한하거나 금지어를 두는 등의 규정이 따로 없다. 이렇다 보니 각 구단은 가급적 동료 선수들이 경기 중에 부르기 쉽거나 팬들에게 친숙한 등록명을 쓰려고 한다. 2011년 대전에서 뛰었던 브라질 출신의 바그너가 발음이 비슷한 한국 이름 ‘박은호’를 등록명으로 사용한 게 대표적이다. 2004년 울산 소속이던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우는 자신의 애칭 ‘쏘우자’를 등록명으로 희망했지만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발음이 좀 더 쉬운 ‘수호자’라는 이름을 썼다. 이런 등록명은 선수의 동의를 받아 사용한다.
수원이 지난달 영입한 호주 출신의 수비수 매튜 저먼은 K리그에서는 이름인 매튜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성 저먼을 등록명으로 쓰기로 했다. 선수 자신이 영어로 이름을 표기하는 ACL 유니폼만큼은 그동안 써 온 저먼을 달고 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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