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경기장을 쇼트트랙용으로… ‘3시간 대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강릉 아이스아레나 최상 빙질 위해 사투 벌이는 ‘특수부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이벤트 중 하나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 선수권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빙판의 ‘특수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장 출구부터 빙판 위까지의 온도를 꼼꼼히 체크하며 수차례 정빙기로 빙판을 정리하는 이들의 손길이 닿자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에 찍혀 울퉁불퉁했던 빙판이 매끄럽게 변했다.

스케이트 날에 체중을 실어 달리거나, 연기를 펼치는 선수들에게는 빙질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빙질 관리자들은 최상의 빙질을 만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평창 올림픽 피겨와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얼음 관리를 둘러싼 ‘3시간 작전’이 펼쳐진다. 올림픽 기간 동안 이곳에서는 오전에는 피겨,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다. 종목 사이의 시간은 3시간 남짓. 문제는 피겨에 가장 적합한 빙질(얼음 온도 영하 3∼4도, 두께 5cm)과 쇼트트랙의 빙질(얼음 온도 영하 7도, 두께 3cm)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점프를 많이 하는 피겨 경기가 열릴 때는 빙질을 무르게 해 선수들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쇼트트랙 경기가 열릴 때는 빙질이 무르면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박혀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단단한 빙질을 만든다.

빙질을 바꾸는 ‘속도전’에 나서는 ‘특수부대’는 두 명의 ‘아이스테크니션’과 6명의 정빙기사다. 피겨에 적합한 무른 빙질을 쇼트트랙에 적합한 단단한 빙질로 만드는 과정의 핵심은 얼음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얼음이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아이스테크니션들은 우선 빙판 온도를 레이저건(빙판 9군데)과 상황실을 통해 파악한다. 이후에는 빙판 밑에 설치된 냉각기를 이용해 빙판 온도를 신속히 낮춘다. 아이스테크니션 배기태 씨는 “피겨에 맞는 얼음을 만들기 위해 냉각기 온도를 영하 12도로 맞춰야 한다고 가정하면 쇼트트랙 경기에 맞는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냉각기 온도를 영하 18도까지 낮춘다”고 설명했다. 얼음 두께는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 씨는 “정빙기를 이용하면 3시간 동안 최대 0.3cm 정도의 얼음을 깎을 수 있다. 하지만 피겨와 쇼트트랙에 적합한 두께 차인 2cm까지 깎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피겨와 쇼트트랙 경기를 치를 수 있게 설계된 해외 빙상장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빙판은 배 씨와 미국인 아이스테크니션이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며 얇은 얼음을 겹겹이 쌓아 만든 ‘장기전의 산물’이다. 배 씨에 따르면 수작업으로 노즐을 이용해 물을 비가 내리듯이 뿌린 뒤에 냉각기로 얼리면 한 번에 0.2mm의 얼음 층이 생긴다. 작업 초기에는 물을 뿌리는 데 10분, 얼리는 데 15분이 소요되지만 얼음이 두꺼워질수록 얼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배 씨는 “이번 대회를 위해 5cm의 얼음을 쌓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완성된 빙판의 유지와 관리에는 경기장에 배치된 2대의 정빙기(메인 링크 기준)가 큰 역할을 한다. 정빙기는 스케이트 날에 의해 파인 자국을 깎은 뒤에 차량 후방에 배치된 분사 장치에서 물을 뿌린 후 타월로 닦아내 빙질을 다듬는다. 정빙기사들에게는 10분가량의 정빙 시간 동안 얼음으로 변할 수 있는 적정량의 물을 뿌리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하루에 정빙기가 링크 안으로 들어가는 횟수는 13회 정도다.

아이스테크니션들은 기습적인 환경 변화에 따른 빙질 저하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배 씨는 “관중이 꽉 찼을 때의 체온 등에 의한 열기, 강릉지역의 온도 등에 따라 얼음의 상태가 변할 수 있다. 올림픽에서 완벽한 빙질 상태를 만들기 위해 테스트이벤트 기간 외에도 만석을 가정한 상태로 경기장 내 온도를 올린 뒤에 빙질을 유지하는 실험 등을 실시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국제빙상경기연맹#4대륙 피겨 선수권#강릉 아이스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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