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샛별’ 네이선 천(18)은 승리를 부르는 습관이 있다. 빙판에 들어서기 전에 라이벌의 경기를 보지 않고, 빙판에 들어설 때는 왼발부터 내딛는 것이다. 19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천은 세계 1위 하뉴 유즈루(23·일본) 다음이자 마지막 순서에 배정됐다.
세계 21위 천은 습관대로 하뉴가 경기를 마친 뒤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하뉴의 일본 팬들이 빙판 위에 던진 수백 개의 인형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천은 “예상 못한 일이었지만 그 상황을 즐기려 했다”고 말했다. 전광판에 뜬 하뉴의 점수는 206.67점. 쇼트프로그램 3위였던 하뉴가 중간 순위 1위(총점 303.71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ISU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200점을 넘은 적이 없는 천이 하뉴를 꺾기 위해서는 200.6점 이상이 필요했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천은 장기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성공적으로 구사하며 하뉴를 넘어섰다. 천은 자신의 최고 기록인 204.34점을 기록하며 총점 307.46점으로 하뉴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천은 1월 미국선수권에서 남자 선수 중 최초로 7개의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시켜 ‘점프 괴물’로 불린다. 이날 그는 기본점수가 17.9점에 달하는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켜 수행점수 2.43점을 챙기는 등 총 5개의 쿼드러플 점프를 뛰었다. 천은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0.51점이 감점된 것을 빼고는 모두 수행점수를 챙겼다. 하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4개의 쿼드러플 점프를 뛰었다.
천의 상승세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싱글 경쟁이 더 뜨겁게 됐다. 이 대회에서 우승 없이 세 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하뉴는 “천의 점수를 본 뒤에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혼잣말을 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그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올림픽 전초전을 승리로 장식한 천은 “1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