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백지선호, 또 日 격파
토종-귀화선수 완벽한 호흡 속 적지서 승리 “이젠 상대 아니다”
첫판 카자흐에 패배 충격 씻어내
2위 올라서… 26일 중국과 최종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이 적지에서 일본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한국(세계 23위)은 24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세계 21위)과의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아이스하키 남자 2차전에서 4-1로 완승을 거뒀다. 1986년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1-20으로 참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방문 공식경기(교류전 제외) 11연패를 당했던 대표팀. 그러나 백지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수줍은 소년(Shy Boy). 안 돼”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던 대표팀은 이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강한 보디체크와 신속한 공수전환을 통해 마침내 일본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아이스하키는 국제대회 경기 후 승리 팀 국가를 연주한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역대 일본과의 상대 전적이 3승 1무 19패가 됐다. 특히 지난해 4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을 꺾고 34년 만에 첫 승을 거둔 것을 포함해 모두 3연승을 달리면서 일본이 더는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 3경기 모두 3골 차 승리였다. 겨울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은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대표팀은 일본전에서 토종 선수와 귀화 선수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줬다. 금메달을 목표로 최상의 전력을 꾸린 일본을 상대로 한국은 1피리어드 9분 33초에 공격 능력을 갖춘 수비수 서영준(고려대)의 골로 앞서 나갔다. 2피리어드에서는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가 추가골을 넣었다. 스위프트는 일본전 3연승 기간 동안 매 경기 골을 넣어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3피리어드 들어 일본은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한국은 수문장 맷 달튼(안양 한라)의 선방으로 수차례 위기를 넘겼다. 달튼은 이날 일본이 날린 28개의 슈팅 가운데 27개를 막아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김원중과 박우상(이상 안양 한라)이 골을 추가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일본을 따돌렸다.
승점 3점(1승 1패)을 기록한 한국은 일본(3위)과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26일 카자흐스탄(1위·승점 6점)에 패해 4위에 머문 중국(승점 0점)과 최종전을 갖는다. 은메달 이상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리는 한국의 메달 색깔은 최종전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 백 감독이 서툰 한국말로 선수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 중 하나는 “집중하자”라고 한다. 이는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기를 올림픽 본선 경기라 생각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대표팀은 숙적 일본을 꺾으면서 세계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찾게 됐다.
백 감독은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무릎을 꿇었던 한국이 일본을 꺾고 다시 한번 근성 있는 면모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