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3년차, 2017시즌을 앞둔 KIA 김기태 감독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부담되지 않나?”라는 말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김 감독은 “그것도 복”이라면서도 한 가지를 강조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우리의 야구를 하자’는 것이다.
● 부담은 바깥의 시선, 우리의 야구를 하자!
이는 김 감독을 비롯한 KIA 구성원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100억원을 들여 새 4번타자 최형우를 데려왔지만, 그 외에 달라진 건 없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타선이 조금 보강돼 좋은 일이지만, 그걸로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 시즌 초에 안 맞다 보면, 자칫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주장을 맡았던 이범호 역시 “타선이 강화된 정도로 보는 게 맞다. 투수는 사실상 그대로다. 남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지, 우리는 우리 것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누가 뭐라 하든지 우리는 그대로다. 밖에서 보는 게 달라졌지만, 우린 늘 우리가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승후보’나 ‘대권도전’이라는 평가는 남들이 밖에서 KIA를 평가하는 구호일 뿐이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그동안 만든 새로운 ‘타이거즈의 야구’를 펼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김기태호’는 지난 2년간 크게 성장했다. 첫 해인 2015시즌, 전력이 황폐화됐다는 평가 속에서도 끝까지 가을야구 티켓 경쟁을 펼쳤고, 지난해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해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 사이 얻은 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통한 기존 선수들과의 ‘신구조화’였다.
● 3승이 가져온 차이, 플레이 하나의 소중함 느껴라!
3년차를 맞이하면서 선수들은 오키나와 캠프 내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범호는 “이제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일상이 됐다. 다들 감독님을 잘 알지 않나”라며 웃었다.
캠프 내내 자율 속에서도 팀의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권리와 의무의 균형감이 느껴졌다. 이는 김 감독이 뿌리내린 새로운 타이거즈의 핵심이다. 김 감독은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는 야구 같은 팀의 뼈대는 항상 유지돼야 한다. 여기에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감독이 꾸준히 강조해온 팀플레이, 전력질주와 백업플레이 등 야구의 기본, 그리고 야구와 동료에 대한 예의 등은 그대로다. 그러나 이번 캠프를 통해 선수들에게 한 얘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3승의 차이’다.
김 감독은 “재작년 우리가 67승을 했다. 지난해엔 70승이었다. 3승의 차이로 가을야구가 결정됐다. 선수들이 그 차이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5년 67승77패로 7위였던 KIA는 지난해 70승1무73패로 5위로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가 선수들에게 1승, 1승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을 거란 믿음이었다. 그는 “경기 중 작은 플레이 하나가 1승 혹은 1패를 좌지우지한다. 3승이 가져온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며 선수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