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자매지인 일본 아사히신문 스포츠부 나카고지 토루 편집위원의 칼럼을 4일부터 동아닷컴에 연재한다. 스포츠 선진국인 일본의 스포츠 트렌드를 2주에 한번 씩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이다.
1. 겨울올림픽은 ‘황금알 낳는 거위’?
지난 2월은 한국과 일본에서 겨울 종합 스포츠 대회로 뜨거웠던 한 달이었다. 초순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두고 한국 내의 분위기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강원도 평창, 강릉, 서울을 둘러봤다. 그리고 하순에는 일본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를 취재했다.
(한국 스포츠팬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달아오르지 않는 현장을 계속 보고 온 느낌이었다. 한국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가 국민에게 압도적인 관심사였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은퇴한 지금 스타가 없는 겨울 스포츠경기에 ‘볼 만한 게 없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강원도를 위한 대회’라고 느낄 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2026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삿포로는 이번 아시아경기를 과시의 기회로 봤다. 지역 텔레비전 방송이나 신문에서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거리에서 이번 대회의 분위기는 나지 않았고 경기장 관중석도 빈 좌석이 많았다. 기자가 체류한 삿포로 민박집 주인은 “삿포로에선 스키, 스케이트가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일부러 이들 경기를 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1972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했던 삿포로조차 이 정도로 관심이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번 아시아경기의 개최비용은 당초 상정한 35억 엔(약 354억 원)에서 68억6000만 엔(약 69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역대 최다인 32개국 선수 임원 등 총 2000여명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2020년 도쿄 여름 올림픽은 요즘 도쿄도 외에서 열리는 부분의 대회 경비 일부를 개최 자치 단체에 부담시키는 방안이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약속과 다르다”며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올림픽 경비가 최대 1.8조 엔(18조2000억 원)이 된다는 추산이 나왔다. 운영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를 두고 시끄러운 상황이다.
내년에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도 대통령 비리의 영향이 우려된다. 국내의 협찬금이 아직 목표액에 못 미치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운영비에 얽힌 난제에 직면한 셈이다. 이제 거대한 올림픽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1월 도쿄에서는 올림픽 반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집회를 열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나가노와 서울의 기존 시설을 사용하는 분산 개최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의 시민 단체도 (이에 공감하는) 비디오 레터(메시지)를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올림픽 반납에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메달 경쟁이나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만으로 끝나지 않고 스포츠를 하고 싶어 남녀노소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식을 모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1964년 도쿄 올림픽과 지금은 나라 사정이 크게 다르다. 문화적 유산이 남아야 선진국에서 올림픽을 여는 의미가 있다. 만일 서울에서 2번째 여름올림픽을 연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 사람들도 수긍할 얘기 아닐까.
이 칼럼은 일본의 스포츠 트렌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첫 회는 한일 양국을 취재하면서 느낀 풍경을 담고자 했다.
한국 스포츠팬에게 처음부터 딱딱한 얘기를 하게 됐다. 하지만 스포츠 기자로 한국에 2년 반 머물며 활동했던 입장에서 한일 양국이 기다리는 스포츠 이벤트는 모두 그렇게 안심할 상황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었다.
다음 칼럼에선 인터넷 등에서 한국에서 알지 못하는 정보를 담은 일본 스포츠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겠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스포츠 담당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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