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시절 양동근 이끌어주던 굿맨 교통사고 재활중 심장 이상으로 숨져 양동근 “불과 이틀전에도 문자했는데”
남자프로농구 ‘추억의 외국인선수’ 크리스 윌리엄스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버지니아대학교 홈페이지를 비롯해 미국 버지니아주 지역 언론들은 16일(한국시간) 윌리엄스가 심장이상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자동차를 운전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동차가 완파될 정도로 큰 사고였다. 줄곧 병원 생활을 해온 그는 최근 자신의 재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보내는 등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혈액이 응고돼 생긴 혈전으로 인해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서 숨을 거뒀다.
모비스(2005∼2006·2006∼2007시즌)와 오리온(2011∼2012시즌)에서 KBL과 인연을 맺은 윌리엄스는 194cm의 크지 않은 키에 운동능력도 평범했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국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KBL 통산 159경기에 출전해 평균 24.1점·9.4리바운드·6.3어시스트·2.4스틸의 기록을 남겼다. 2005∼2006시즌에는 최우수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고, 2006∼2007시즌에는 모비스에 통합우승을 안겼다.
● 윌리엄스-양동근의 각별했던 우정
윌리엄스는 KBL을 비롯해 터키, 독일, 중국 등에서 프로생활을 했다. 동료들의 능력까지 끌어내는 재능이 눈부셨고, 코트 안팎에서 모범적인 생활로 인정받는 선수였다. 가는 곳마다 팀을 정상으로 이끌어 ‘우승청부사’로 불렸다. 그가 뛰었던 독일, 터키리그 언론도 일제히 사망소식을 전했다.
윌리엄스와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모비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모비스 주장 양동근(36)은 윌리엄스와 각별한 사이였다. 양동근은 “불과 이틀 전에도 문자(메시지)를 했었다. 재활을 하고 있다며 동영상을 보냈더라. 빨리 나으라고 문자를 보냈었는데…. 윌리엄스가 숨을 거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프로 2∼3년차에 기량이 한참 모자랐음에도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윌리엄스 덕분이었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다 채워줬다. 함께 뛰는 동안 많이 배웠다. 프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인선수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도 양동근을 각별히 챙겼다. 양동근의 결혼식과 둘째 아이의 돌잔치도 직접 찾아 축하인사를 전했다. 양동근은 “2년 전 워싱턴으로 휴가를 갔을 때 윌리엄스가 나를 만나기 위해 앨라배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줬다. 밤 12시에 도착해서 밤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간을 보낸 뒤 다음날 점심 때 돌아갔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 모비스, 19일 홈경기서 윌리엄스 추모
모비스 유재학(54) 감독도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유 감독은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모비스는 19일 동부와의 홈경기 때 윌리엄스를 추모하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비스 이도현 사무국장은 “10년 전 함께 살다시피 한 선수였다. 일주일 전 잘 회복하고 있다고 연락해왔었는데, 사망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영상을 만들어 잠시나마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10년 전 모비스의 통역으로 일하면서 윌리엄스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모비스 선수들은 동부전 때 유니폼에 근조 리본을 달고 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