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서울의 봄을 알린 201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주최 서울특별시·대한육상경기연맹·동아일보·스포츠동아)에서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에이머스 키프루토(25·케냐)가 월계관을 썼다.
키프루토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한 42.195km의 레이스에서 2시간05분54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우승상금은 8만달러(약 9000만원).
1931년 시작된 서울국제마라톤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로, 미국 보스턴마라톤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2008년부터 국제마라톤을 3등급(골드·실버·브론즈)으로 나눠 관리해온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서울국제마라톤을 2010년 처음으로 골드라벨로 인정해 지금까지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171cm의 비교적 작은 체격을 지닌 키프루토의 우승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이 그의 생애 3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한계를 넘어섰다. 꾸준히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펼치던 키프루토는 골인지점이 아른거리는 35∼40km 구간을 기점으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2위(2시간06분03초) 펠릭스 킵치르치르 칸디에(30)와 3위(2시간06분05초) 마크 코리르(29·이상 케냐)의 페이스도 나쁘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최종 구간에서 벌어진 5∼10초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8분12초(1위)를 찍은 키프루토는 개인최고기록도 경신해 기쁨이 배가됐다. 반면 지난해 이 대회에서 종전 국내개최대회 최고기록(2시간05분37초)을 24초나 앞당긴 2시간05분13초로 우승한 청양군청 소속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9·케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4위(2시간06분07초) 노버트 킵코에치 키겐(24·케냐)보다 20초 늦은 기록으로 5위에 그쳤다.
여자부에선 마가렛 아가이(29·케냐)가 2시간25분52초로 우승했고, 2시간25분57초의 아셰테 베케레 디도(29·에티오피아·2시간25분57초)가 간발의 차로 2위에 올랐다. 메르시 제로티치 키바루스(33·케냐)가 2시간26분52초로 3위. 국내 남자 부문에선 유승엽(25·강원도청)이 2시간14분01초(전체 12위), 여자 부문에선 김성은(28·삼성전자)이 2시간32분20초(전체 9위)로 각각 정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