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해 전까지 KBO리그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은 투수에게만 향했다. 그러나 빅 리그의 새로운 오디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한국 야수들의 경쟁력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피츠버그가 과감히 선택한 강정호(30)의 성공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천문학적 액수로 치솟는 메이저리그 프리에이전트(FA)시장과 비교해 KBO리그 출신 야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특별한 재능과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다.
2017년 WBC에서 한국 타자 중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가장 이름을 알린 주인공은 민병헌(30·두산)이다. 이미 대회전부터 스카우트 리포트에 종종 이름을 올렸던 민병헌은 2017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획득할 예정이다. 그만큼 미국 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병헌의 경쟁력은 KBO리그 최정상급 수준의 외야 수비능력에 타격, 장타력, 주루 등을 고루 갖춘데 있다. 한 에이전트는 “수비능력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최고라는 평가가 따랐다. 타격 실력도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5툴(five-tool) 플레이어다”라고 말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능력이 뛰어난 외야수는 굉장히 많지만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진 타자는 많지 않다.
민병헌도 이 같은 해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모두 지우고 시즌에 전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민병헌은 “팀과 개인 모두 올 시즌 성공을 거둬야 그 어떤 도전도 자격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개막을 앞둔 지금은 시즌에만 집중해야 할 때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두산이 또 한번 정상에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FA자격 취득 그 이후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개막도 안했다.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솔직하고 당당한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