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NH농협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챔프전 1차전에서 9득점, 공격성공률 38%로 부진했던 문성민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가 “큰 경기에 약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례적으로 문성민을 강하게 몰아치며 쓴소리를 한 것도 그래서였다. 작전타임 때 문성민을 자리에 앉히고 따로 작전지시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날 문성민의 부진은 2세트까지 이어졌다. 1세트에서 6득점을 기록했지만, 공격성공률이 33.33%에 그쳤고, 범실도 5개나 저질렀다. 효율이 떨어졌다. 2세트에서도 5득점, 공격성공률 40%로 별다른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17-25, 2세트를 23-25로 내주며 궁지에 몰린 것도 에이스의 부진 탓이었다. 2세트까지 대한항공의 공격성공률도 41.03%에 불과했던 터라 문성민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문성민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코트를 내리치기도 했다. 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침착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뿐이었다.
3세트 들어 문성민의 반전이 시작됐다. 9득점에 88.89%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에이스’ 문성민이 돌아오자 송준호(7득점·공격성공률 100%)까지 힘을 냈다. 최 감독이 “공격력 강화를 위해 투입한다”고 했던 송준호 카드까지 성공을 거뒀다. 문성민 효과였다. 상대 블로커들이 문성민을 견제하는 사이 송준호까지 살아난 것이다. 문성민은 여세를 몰아 4세트에만 14득점을 몰아쳤다. 무려 84.6%의 공격점유율을 보였고, 성공률도 63.6%였다. 4세트가 끝났을 때 그의 기록은 34득점, 공격성공률 56.6%. 여타 외국인선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에이스의 성적표였다. 캡틴이 살아나니 현대캐피탈 벤치에도 활기가 돌았다.
그렇게 똘똘 뭉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세트를 15-12로 따내며 세트스코어 3-2(17-25 23-25 25-22 25-19 15-12)의 대역전승으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앞선 12차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이 우승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승리는 매우 값진 결과였다. 그 중심에는 1차전 득점의 4배인 36득점을 몰아친 문성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