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포석부터 정신력까지 승자의 자격을 증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31일 05시 30분


30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인천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꺾고 챔피언 우승을 차지한 뒤 이정철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0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인천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꺾고 챔피언 우승을 차지한 뒤 이정철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구는 포석이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운다’는 손자병법의 경구가 배구처럼 적확한 케이스도 없다. 결국 감독의 역량은 ‘팀을 어떻게 세팅하느냐’는 안목으로 갈린다. IBK기업은행의 ‘2016~2017NH농협 V리그’ 여자부 우승은 이정철 감독의 계산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산물이었다.

IBK기업은행 이고은.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이고은. 스포츠동아DB

이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에서 세터 이고은, 레프트 김미연을 받아오고 레프트 최은지와 전새얀을 내주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의 허리와 무릎이 아파 장기결장이 빚어진 상황에서도 IBK기업은행은 이고은의 성장으로 버틸 수 있었다. 5라운드 전승으로 이고은은 자신감이 붙었고, ‘봄배구’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리시브를 전담하는 김미연의 가세로 이 감독은 박정아를 라이트로 전환할 수 있었다. 외국인선수 리쉘 영입은 화룡점정이었다. 후순위 픽의 불리함 속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키(184㎝)의 리쉘을 선택한 이 감독의 눈은 옳았다. 레프트 리쉘은 공수에 걸쳐 이번시즌 최고 외국인선수임을 입증했다. 김희진, 김유리가 버티는 센터라인부터 베테랑 남지연의 리베로까지, 포지션에서 짜임새가 구축됐다.

30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인천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 리쉘이 흥국생명 블로커를 피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0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인천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 리쉘이 흥국생명 블로커를 피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IBK기업은행은 2012~2013시즌부터 연속해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갔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를 트레이드와 포지션 변경, 다른 관점의 외국인 선수 선발을 통해 타개했다. 흥국생명(승점 59)에 이어 2위(승점 56)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IBK기업은행은 인삼공사와 맞붙은 플레이오프(PO)에서 예상보다 고전(2승1패)한 탓에 계획이 엉켰다. 이 탓에 하루만 쉬고, 24일 바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돌입했다. 30일 4차전까지 ‘봄배구’ 13일간 무려 7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을 치렀다. 게다가 24일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해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될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26일 2차전 2세트에서 11-19의 열세를 뒤엎고 34-32로 잡아내며 반격이 시작됐다. 2~3차전을 내리 세트스코어 3-1로 역전승했고, 여세를 몰아 4차전까지 잡아내 왕좌에 오를만한 자격을 입증했다. 김희진 등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탈진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끝까지 뛰는 불굴의 정신력을 보여줬다. 5시즌 연속해서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한 DNA는 무섭도록 집요했다. 2012~2013시즌, 2014~2015시즌에 이어 2016~2017시즌까지,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에 3번째 별(우승을 상징)을 새기겠다’는 이 감독의 소원은 고스란히 이뤄졌다.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김희진이 코트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김희진이 코트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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