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날 막을 순 없어” 전자랜드 커스버트 빅터(가운데)가 2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6강 PO 원정 2차전 도중 마이클 크레익(오른쪽)의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빅터는 16점·7리바운드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사진제공 | KBL
6강PO 1차전 패배 후 켈리 위주의 전략 수정 김지완·차바위 등 주전 기용 후 공수 살아나 켈리·빅터 궂은일…삼성에 24점차 1승 반격
전자랜드는 ‘끈끈한 팀’의 이미지가 강하다. 리그의 판도를 바꿀 만한 특급선수는 없어도 탄탄한 조직력으로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팀이다. 또 특정팀에 한 번 무너진 뒤에는 기민하게 전략을 수정해 반드시 되갚아주는 강점도 지니고 있다. 전자랜드가 각 구단으로부터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전자랜드 김지완. 사진제공|KBL ● 대폭적인 전략 수정, 1차전 완패 설욕
전자랜드는 지난달 31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2017 KCC 프로농구’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 원정경기에서 75-89로 완패했다. 제임스 켈리의 독단적 플레이에 수비가 무너졌고, 국내선수들의 심각한 외곽포 난조로 공수의 균형이 허물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2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에선 삼성을 99-75로 대파하고 1차전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선수 구성과 공격 전략에 변화를 줬다. 그는 “1차전에선 켈리가 혼자 공격하다가 이도저도 안됐다. 국내선수들의 3점슛도 안 터지면서 이길 방법이 없었다”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인사이드 득점으로 승부를 봐선 이길 수 없다. 1일 훈련 때 국내선수들의 외곽 찬스를 내기 위해 스크린을 활용하는 움직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3점슛에 취약한 포인트가드 박찬희,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정영삼을 과감하게 2차전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했다. 그 대신 슛이 좋은 김지완과 차바위를 베스트5로 내세웠다.
유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차바위(13점·3점슛 3개)는 2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8점을 올렸고, 김지완(14점·4리바운드·6어시스트)도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박찬희(3점·2어시스트)의 3점슛을 내버려두는 수비를 준비했던 삼성은 김지완의 출전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1차전 3점슛 성공률 17%(24개 시도 ·4개 성공)에 그쳤던 전자랜드는 2차전에선 무려 12개의 3점슛을 꽂았다. 성공률도 44%(27개 시도)에 이르렀다.
전자랜드 켈리(왼쪽). 사진제공|KBL ● 리바운드가 불러온 속공
전자랜드 외국인선수 켈리(17점·6리바운드)와 커스버트 빅터(16점·7리바운드)는 궂은일에 집중했다. 유 감독은 “5대5 농구로는 삼성을 이길 수 없다. 상대에게 공격리바운드를 주면 쉬운 득점을 허용한다. 동시에 우리가 속공을 시도할 기회도 사라진다. 켈리와 빅터에게 공격리바운드 허용에 대해 강조했다”고 말했다. 켈리와 빅터는 이에 부응했다. 수치상으로는 13리바운드 합작에 그쳤지만, 삼성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18점·15리바운드)와 치열한 몸싸움을 펼쳤다. 그 사이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이 리바운드를 챙기는 효과를 불러왔다. 전자랜드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35-36으로 대등하게 맞섰다. 원정에서 1승1패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전자랜드는 홈 3·4차전에서 역전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3차전은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