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승 투수의 귀환이다. 한화 배영수(36)가 한화 이적 후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팀과 자신에게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배영수는 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홈개막전에 선발등판해 NC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6-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개막 3연전에서 두산에 1승2패로 밀린 한화는 2승2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현역 최다승 투수의 관록은 죽지 않았다. 이날 최고구속은 시속 141㎞였지만, 공끝에 힘이 실렸다.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활용하는 컨트롤과 노련한 볼배합으로 NC 강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총투구수는 93개였고, 직구 42개에 슬라이더 32개, 체인지업 19개로 구성했다.
배영수로서는 잊지 못할 밤이 됐다. 2015년 10월3일 수원 kt전 구원등판 후 무려 549일 만에 오른 1군 마운드였다. 2015년 시즌 후 팔꿈치뼛조각제거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5월쯤 복귀를 노렸지만 회복은 예상보다 더뎠다. 8월에 한 차례 1군에 콜업됐지만 등판 없이 2군에 내려간 뒤 끝내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한화 배영수. 스포츠동아DB 마지막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도 아련한 추억이다. 2015년 8월9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이날 승리하기까지 무려 604일(1년7개월25일)이 걸렸다. 현역 최다승(128승) 투수로서 한때는 식은 죽먹기처럼 승리를 올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128승에서 129승으로 가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날 피칭은 단순히 승리를 거둔 데 그친 것이 아니다. 6이닝 무실점으로 빛나는 투구를 했다. 2015년 한화 이적 후 4승11패, 방어율 7.04로 부진했다. 선발등판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다시 말해 이날 배영수는 한화 이적 후 처음으로 무실점 피칭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 호투(2경기 8이닝 1실점, 방어율 1.13)로 기대감을 높이더니,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도 호투를 이어가며 부활을 예고한 배영수. 그가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워준다면 올 시즌 한화는 더 높은 비상을 꿈꿀 수 있다.
● 한화 배영수=캠프 때 워낙 몸이 좋아 그 부분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어렵게 승리를 거뒀다. 차일목 포수의 리드가 아주 좋았다. 위기가 닥쳐도 자신이 있었다. 힘이 아니라 명확한 위치에 던지려고 노력했다. 최고령으로 교육리그도 참가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딸에게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