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승이 시즌 첫 원정경기였던 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군인머리’를 수줍게 드러냈다. 지난해에 이어 시즌 첫 등판에서도 계속된 부진을 씻고자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기로 결심한 이현승. 물론 어딘지 모를 어색함은 숨길 수 없었다.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공개 안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뒤숭숭해 변화를 줬습니다.”
kt와 두산의 시즌 첫 맞대결이 열린 4일 수원kt위즈파크. 경기에 앞서 진행된 두산 투수진의 훈련이 종료된 뒤 선수들이 하나둘 덕아웃을 통해 라커룸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다소 어색한 모습의 투수 한 명이 두 눈을 사로잡았다. 두산 이현승(34)이었다.
기자의 요구에 잠시 멈춰 선 이현승은 모자를 벗더니 바짝 자른 머리를 펼쳐보였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훈련소에 입대할 수 있는 스포츠형 머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헤어스타일을 바꾼 배경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문 이현승. 본인 역시 아직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 만한 눈치였다. 이현승은 사진촬영을 위해 꺼내든 카메라 렌즈를 요리조리 피한 뒤 몸을 라커룸으로 재빠르게 피신시켰다.
이날 이현승은 팀이 2-0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고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첫 등판이던 1일 한화전 부진(1.2이닝 4안타 2볼넷 2실점)을 씻는 쾌투였다.
두산 이현승.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이현승은 경기가 팀의 승리로 끝나고 나서야 숨은 이야기를 공개했다. 경기 뒤 만난 이현승은 “머리카락이 너무 짧아 지금 모습은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슬며시 웃은 뒤 “요새 마음이 뒤숭숭해 변화를 주려고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팀은 공격과 수비, 선발진 모두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독 불펜에 대해선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면서 “투수조장이자 팀의 마무리로서 심기일전해보자는 자세로 헤어스타일을 군인처럼 바꿔봤다”며 속내를 어렵게 꺼내보였다.
2015년부터 두산의 마무리로 등극한 이현승은 한국시리즈 2연패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을 거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부진에 빠지면서 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고, 결국 최다 블론세이브 공동 3위(7개)에 오르는 불명예마저 입었다. 여기에 프리에이전트(FA) 잔류 계약(3년 27억원) 이후 첫 등판에서도 부진하자 마음고생은 더욱 커져만 갔고, 결국 새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지난 주말 미용실에 들러 변화를 줬다.
이현승은 “올 시즌을 앞두고 노경은~손승락~윤길현(이상 롯데) 등과 함께 자비를 들여 미국 괌에서 미니캠프를 소화한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위해 빠르게 몸을 만들었다”면서 “덕분에 현재 몸 상태는 최근 중 가장 좋다. 앞으로는 ‘불펜진 활약으로 두산이 이겼다’는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다”며 새 시즌 달라질 모습을 힘주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