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KIA·SK, 진정한 ‘윈-윈’ 트레이드를 향한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8일 05시 30분


SK 노수광-윤정우-이홍구-이성우-KIA 이명기-김민식-최정민-노관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SK 와이번스
SK 노수광-윤정우-이홍구-이성우-KIA 이명기-김민식-최정민-노관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SK 와이번스
KIA와 SK가 각 팀 소속선수 4명씩을 바꾸는, 4대4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 팀은 장단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동시에, 선수의 앞길을 열어주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7일 오전 총 8명이 유니폼을 갈아입는 빅딜이 발표됐다. 광주일고 동문인 염경엽 SK 단장과 김기태 KIA 감독의 작품이었다. 광주에서 열린 두 팀의 주중 3연전에서 대화가 진전됐다. 시범경기 때 둘 사이 처음 얘기가 나왔고, 3연전 첫 날인 4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5일에는 서로 8명의 선수를 맞췄고, 6일 최종적으로 구단 차원의 합의가 이뤄졌다.

KIA는 외야수 노수광(27)·윤정우(29), 포수 이홍구(27)·이성우(36)를 SK로 보낸다. SK는 포수 김민식(28), 외야수 이명기(30), 내야수 최정민(28)·노관현(24)을 KIA에 내줬다. 트레이드의 핵심은 사실상 KIA가 원한 새로운 포수 김민식과 SK가 원한 새 1번타자 후보 노수광이다.

● ‘트레이드 불가’ 김민식, KIA 유니폼 입기까지…

KIA로선 새 4번타자 최형우 영입과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의 복귀 등으로 한층 두꺼워진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좀처럼 쉬어갈 곳 없는 타순 속 하나의 공백이 포수 자리였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한 포수 포지션에 채울 선수를 원했다.

마산고와 원광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입단한 김민식은 KIA 김기태 감독이 원해온 유형의 포수였다. 포수로선 특이하게 우투좌타인 김민식은 지난해 SK 주전포수 이재원의 백업으로 한 시즌을 치렀다. 특히 후반기 타율 0.328로 1군 적응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작전수행능력도 있어 포수 타순의 활용도를 높이기에 적합하다고 봤다.

사실 SK로선 ‘제2의 포수’였던 김민식은 트레이드 불가 자원이었다. 그러나 절박함 탓에 김민식을 내놓는 결정을 내렸다. 타자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맞춰 거포 자원들로 선수단을 재편한 SK는 혹독한 후유증을 치르고 있었다. 빠른 발로 누상에서 활력을 불어넣을 선수는 사라졌고, ‘느림보’ 군단으로 작전 하나 수행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SK는 올 시즌 마땅한 1번타자감 없이 개막을 맞이했다. 한때 팀의 리드오프였던 이명기는 기량 발전에 실패해 개막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갈 정도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개막 후 연패가 시작됐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는 타선 탓에 고민이 많았던 팀은 노수광의 재능에 주목했다.

KIA 김민식. 스포츠동아DB
KIA 김민식. 스포츠동아DB

● SK, 노수광의 ‘절실함’과 ‘성실함’이 필요했다!

트레이드를 주도한 SK 염경엽 단장은 “1번타자로 키울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선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노수광이 필요한 선수”라며 김민식을 내주며 트레이드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1군 포수로 성장한 김민식을 잃었지만, 장기적으로 공격형 포수 이홍구를 얻었다. 또한 군미필자인 이홍구와 현재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중인 이현석의 공백을 한동안 메워줄 베테랑 이성우도 받았다.

사실 SK가 노수광을 원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현재 SK에 없는 유형의 선수라는 판단에서다. 2013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15년 KIA로 트레이드된 뒤, 노수광은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의 단점인 수비력을 보강해 1군 외야수로 도약했다. 폭발적인 주력에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여기에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호수비 등 언제든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비력까지 더했다.

SK가 주목한 포인트는 노수광의 ‘성실함’이었다. ‘절실함’을 가졌던 노수광은 KIA 팀 내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노력파 선수였다. 침체된 SK에 노수광처럼 그라운드에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활력소가 될 선수가 필요했다.

SK 이홍구-노수광(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이홍구-노수광(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선수도 살려야… 진정한 ‘윈-윈(Win-Win)’을 향해

KIA와 SK 모두 트레이드로 인한 대승적인 관점을 고려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를 최우선적으로 보는 동시에 ‘선수의 앞길을 열어주자’는 데에 공감했다. 노수광과 김민식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는 팀에 간만큼, 주전 확보 등 더 많은 출장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 또한 포수 김민식의 반대급부였던 이홍구와 이성우도 SK에서 출전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힐만 감독 체제에서 기회가 사라질 위기였던 이명기도 KIA 외야에서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2군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생각이었다. SK 염경엽 단장은 “김민식이나 이명기 모두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2군 선수들을 꼭 넣자고 했다. 여러 팀에서 주목하는 유망주 윤정우나, 내야수 노관현과 최정민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A 측 관계자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트레이드였으면 좋겠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조금 조심스럽지만, 우리로선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양 팀이 고려한 포인트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KIA와 SK 모두 당장 손익을 따지기보다는 함께 웃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SK 염경엽 단장-KIA 김기태 감독(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KIA 타이거즈
SK 염경엽 단장-KIA 김기태 감독(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KIA 타이거즈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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