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4번타자였다. 넥센 윤석민(32)이 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던 넥센은 그의 활약 속에 3연승을 올리며 반전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윤석민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홈런 1방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을 올리며 팀의 13-3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윤석민은 두산 선발투수 고원준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리면서 타선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가 앞장서자 넥센은 2회에만 타자일순하며 무려 14명의 타자가 나서 10점을 뽑아냈다. 특히 2회 타순이 한 바퀴 돌고 6-0 리드 속에 2사 1루서 2번째 타석에 나선 윤석민은 장쾌한 좌월 2점홈런을 날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넥센은 이후 3점을 더 추가한 뒤에서야 잔인한 2회 공격을 마무리했다. 윤석민은 11-0으로 앞선 5회에도 2사 1루서 상대 3번째 투수 김명신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치며 득점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넥센은 개막 후 5연패에 이어 3연승을 올리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윤석민은 중심타선을 지키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개막 후 8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다. 타율 0.457(35타수 16안타), 2홈런, 6타점. 롯데 이대호(타율 0.464·28타수 13안타)에 이어 타격랭킹 2위이며, 최다안타는 1위, 득점(9)은 2위다.
무엇보다 이번 두산과 3연전에서 방망이가 뜨거웠다. 7일엔 5타수 2안타, 8일엔 6타수 5안타, 그리고 이날 5타수 3안타 등 총 16타수 10안타(0.625)를 기록했다. 넥센이 개막 5연패 후 지난해 우승팀 두산을 만날 때만 해도 어둠의 터널은 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두산에 3연전 스윕을 거뒀다. 넥센의 반전 드라마 중심에 바로 4번타자 윤석민이 있었다.
윤석민은 경기 후 “지금 계속 해서 안타”라는 축하 인사에 “매 타석 집중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웃더니 “두산전이라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4년 넥센으로 이적한 바 있다. 이후 이상하게 친정팀을 상대로 유난히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이날까지 두산전에서만 통산 타율 0.381(126타수 48안타), 5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전 구단을 통틀어 두산전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타점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두산전만 되면 편하고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석민은 이날 홈런을 친 상황에 대해 “오늘 홈런은 운이 좀 좋았다. 노린 건 아니었고, 직구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감이 좋아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해 하면서 “중심타자로서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게 목표”라고 듬직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