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배영수-송은범-오간도-비야누에바(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한화 토종 선발진의 기세가 무섭다. 9일까지 올 시즌 8경기 중 4차례 등판에서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가 6이닝을 3자책점 이내로 막아내는 것)에 1.46(24.2이닝 9자책점)의 방어율을 합작하며 순항 중이다. 9일 광주 KIA전에 선발등판한 이태양이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6.1이닝 동안 7안타 2볼넷 3삼진 2실점의 호투를 선보이며 토종 선발진의 활약에 방점을 찍었다. 송은범(2경기 12.1이닝 2자책점)과 배영수(6이닝 무실점)의 만점 활약에 이태양까지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팀의 불안요소를 상쇄한 것이다.
문제는 ‘330만 달러 듀오’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다. 오간도는 180만 달러, 비야누에바는 15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영입한 우완투수. 한 구단관계자는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최소 25~30승은 합작해야 계산이 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선발등판한 4경기에서 한화는 1승3패에 그쳤다. 둘이 합작한 방어율은 5.66(20.2이닝 13자책점)이다.
비야누에바는 개막전인 3월3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2실점(비자책점)의 호투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오간도는 2경기에서 연달아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의 팀 방어율이 3.38(45.1이닝 17자책점)까지 올라간 것도 외국인투수 둘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투자 대비 기여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오간도는 2번 실패했다. 컨트롤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한화로선 토종 선발진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물음표를 남겼던 이태양의 부활은 천군만마와도 같다. 그러나 선발진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330만 달러 듀오’가 중심을 잡아줘야만 한다. 지난해 ‘외국인선수 잔혹사’에 고생했던 한화로선 이들의 부활을 애타게 바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