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단장이 2군 선수 이동을 놓고, 다투는 구단은 차라리 배부른 고민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롯데는 조원우 감독이 1군에서 내리고 싶은 선수가 있어도 마땅히 올릴만한 2군 자원이 거의 없다. 사실상 지금 1군 엔트리로 한 시즌을 싸워야 될 형편이다. 아직 4월이라 드러나지 않을 뿐, 시즌이 격화될수록 롯데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결국 ‘1군에서 부진한 선수도 회복시켜서 써야한다’는 특수한 상황을 롯데는 견뎌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의 윤길현(34) 활용법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윤길현이 흔들리며 마무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의 한 축이 불안하다. 천우신조로 롯데는 박시영(28)이라는 영건 불펜이 나타나 그 틈을 메워주고 있다. 그러나 야구는 요행으로 풀어갈 수 없다. 풀타임 시즌 경험을 갖지 못한 박시영이 힘들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은 조 감독과 김원형 투수코치의 임무다. 결국 대안은 윤길현이다. 커리어를 갖춘 투수인 만큼 결국은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보내지 않는 한, 롯데 마운드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 윤길현은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인 전력이 아니다. 손승락과 더불어 롯데 불펜진의 상수다. 당장은 불안해도 기회만 되면 윤길현을 올려서 ‘힐링’시키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김원중(24)~박진형(23)~박세웅(22) 영건 3인이 동시에 잘해주고 있는 선발진임에도 송승준(37)과 노경은(33)을 외면하지 않고, 불펜에서라도 던지게 하는 배경이다. 타선이 잘 터져서 티가 나지 않아 그렇지 롯데 벤치는 영건들의 체력을 안배해주고 있다. 최대한 오래 쓰기 위해 아끼는 것이다. 롯데가 내심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선발의 불확실성도 닉 애디튼(30)이 합격점을 받으며 일단은 안도한 상태다. 그러나 언젠간 송승준, 노경은의 선발 등판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이 끝까지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가 가을야구를 하려면, 타선과 투수력의 밸런스가 필수적이다. 이대호가 축이 되는 타선은 사이클이 있을지언정 집단 침체만 아닌 한,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결국은 마운드에서 버텨주느냐다. 구원군은 없다.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금 이 현실 자체만으로 의미 있다. 그러나 ‘5강 이상’이 아니면, 어디 가서 성공한 시즌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윤길현 송승준 노경은이 필요할 때는 온다. 이들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면, 늘 잘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사치겠지만 정말 팀이 아쉬울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베테랑의 가치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