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챔프전 고비마다 블로킹 ‘철벽’… 가족 앞에서는 책임감도 ‘옹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11일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현대캐피탈 센터 최민호(오른쪽)와 부인 이영은 씨, 아들 현준 군. 최민호는 아들 현준 군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제공
11일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현대캐피탈 센터 최민호(오른쪽)와 부인 이영은 씨, 아들 현준 군. 최민호는 아들 현준 군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제공
프로배구 데뷔 후 처음으로 맛본 챔피언결정전 우승. 쉴 틈 없이 쏟아진 축하 문자 중에서도 최민호(29·현대캐피탈)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연 어머니 김필경 씨(56)의 문자였다. “고생했다. 이젠 푹 쉬어라”는 문자를 보낸 최민호의 부모는 우승 확정 뒤 코트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들을 TV로 보며 함께 울었다. 아들에게 우승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11일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최민호는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다르다”며 다시 한번 우승의 감격에 젖어들었다. 2011년 현대캐피탈에서 데뷔한 센터 최민호는 국가대표로 뛰는 등 리그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그동안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학창 시절 우승컵을 들어 보지 못했고 최다 연승(지난 시즌 기준 18연승) 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에도 챔프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랬던 최민호가 이번에는 당당히 우승 주역이 됐다. 주전 센터라는 역할에 걸맞게 챔프전 모든 세트에 나서 고비마다 결정적인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이끌었다.

그가 오랜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역할도 컸다. 이날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챙겨와 달라는 요청에 선뜻 부인 이영은 씨(32)와 한 살배기 아들 현준 군을 대동한 최민호는 “인생에서 소중한 세 순간을 꼽자면 이번 챔프전 우승과 아내와의 만남, 아이의 출생”이라며 “가정을 꾸리면서 느끼는 책임감만큼이나 안정감도 많이 느낀다. 아이를 보며 힐링도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경상도(경북 군위) 남자라 무뚝뚝한 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내에게 최민호는 “운동할 때랑 정반대로 자상하고 애교도 많이 부리는 남편”이다. 최민호는 2015년 올스타전 당시 아내와 배 속의 아이를 위해 자신과 같은 예비 아빠였던 팀 동료 문성민(31)과 함께 아내를 위한 요람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1년 데뷔 이후 줄곧 정상을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려온 최민호는 이제 잠시 선수 생활에 쉼표를 찍는다. 다음 달 무렵 상근 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다. 하루빨리 팀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에 늦춰 왔던 군 입대를 앞에 둔 최민호는 “한창 몸이 좋을 시기에 잠시 선수 생활을 멈춰야 하는 게 아쉽지만 선수로서 해보기 어려운 우승을 하고 가게 돼서 다행이다. 그동안 부족했던 가족과의 시간도 많이 보내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의 가족’인 현대캐피탈에 대한 애정도 빼놓지 않았다. “김재휘(24)나 조근호(27) 같은 센터 후배들이 잘해줄 것으로 믿어요. 선배의 자리를 채운다는 생각보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물론 두 시즌 뒤에 돌아와서 나 역시 주전 자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두고 있기도 한 최민호는 “현대캐피탈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다른 팀은 머릿속에 없다”고 잔류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팀도 가족처럼 떠날 수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최민호#현대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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