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에 유일하게 차량과 기사까지 제공된 구단이 삼성이었죠. 레코드 로얄. 차번호는 1963이었습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당시엔 승용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6개 구단을 통틀어 삼성이 유일하게 감독에게 전용차량에다 기사까지 함께 제공했다. 차량은 새한자동차(이듬해 대우자동차로 바뀜)의 ‘레코드 로얄’이었다.
원년 삼성 매니저였던 김종만 전 삼성 단장은 이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김 전 단장은 “당시 차번호는 1963이었다. 서영무 감독이 63세까지 야구를 하시겠다면서 직접 번호를 선택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고 회상했다. 고(故) 서영무 감독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1987년 53세의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
OB 원년 매니저였던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원년엔 삼성만 구단에서 차량과 기사를 제공했던 걸로 기억한다. OB는 원년에 포니 승용차가 있었는데, 감독 전용차량이 아니었고 김영덕 감독을 출퇴근시킨 다음에는 구단 업무용으로 사용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6개 구단 감독들에게 차량이 본격적으로 제공된 것은 이듬해인 1983년부터다. 원년에 삼성이 감독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다른 구단들도 감독에 대한 대우 차원에서 감독 전용차량을 마련해주기 시작했다.
1983년부터 해태 사령탑을 맡아 프로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은 “1983년 해태 감독을 맡았을 때 구단에서 현대자동차 스텔라를 주더라. 기사 없이 내가 몰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1984년 롯데 감독을 맡아 우승을 이끈 강병철 전 감독도 “1984년 롯데 감독이 됐을 때 구단에서 빨간 스텔라를 제공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엔 승용차 종류도 많지 않던 시절인데, 각 구단은 다른 구단 감독이 무슨 차를 타는지 보고 대개 스텔라급으로 맞춰졌던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감독들에게 제공하는 차량도 유행을 탔다.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감독의 위상도 고려했고, 사회적으로도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낮지 않은 적당한 수준의 차량등급을 고민했다.
1982년 롯데 초대 감독을 맡은 뒤 1987~1988년 삼성 감독, 1991년 태평양 사령탑을 역임한 박영길 전 감독은 “원년엔 집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 구단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생활을 했는데, 선수단과 함께 구단버스를 타고 야구장 출퇴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삼성 시절엔 1600cc급 스텔라 승용차가 제공됐다. 태평양 시절엔 로얄프린스가 나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응용 KBSA 회장은 오랜 시절 감독을 지낸 만큼 차량 변천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소나타가 나오고, 1990년대엔 그랜저, 2001년 삼성 감독이 되고 나서는 SM525를 탔다”고 설명했다. 운전을 하지 않는 김인식 전 감독은 “쌍방울 감독을 맡았을 땐(1990~1992년) 소나타가 나왔고, OB 시절(1995~2003년)엔 내가 운전을 하지 않으니 차량 대신 차량유지비 같은 비용을 구단에서 제공해줬다. 한화 감독 시절(2004~2009년)엔 소나타를 제공받았는데 코치가 대신 운전해줬다”고 설명했다. 전설 속의 레코드 로얄에서 시작된 프로야구 감독의 차량은 최근 그랜저, K9, 에쿠스, 제네시스급으로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