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임무는 팀의 연패를 끊는 것이다. LG는 개막 후 6연승 후 5연패라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타선이 결정적일 때 침묵하며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가장 무거운 짐이 LG 류제국(34)에게 돌아갔다.
류제국은 14일 잠실 kt전에서 선발등판해 자신이 왜 에이스인지를 증명했다. 그는 이날 7이닝 7안타(1홈런) 7삼진 2실점으로 시즌 3승을 올렸다. 팀의 5연패를 끊는 역투였다. 사실 천하의 류제국이어도 연패 중 등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경기 후 “팀의 주장이기도 하고 6연승 후 5연패를 해서 등판 전에는 부담이 됐다. 그래서 1회 조금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곧 “연패 중에 나가서 잘 던지면 더 좋지 않나.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이날 류제국은 노련한 피칭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였지만 커브,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을 적절히 섞어 kt 타선을 잠재웠다. 7회까지 90개의 공으로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야수들도 연패를 끊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손주인으로 이뤄진 키스톤콤비가 내야에서 호수비를 펼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타선에서는 침묵하던 4번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장타를 폭발하며 혼자 5타점을 올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류제국은 “내야수들이 정말 좋은 수비를 해줬고, 오늘은 정말 히메네스가 다 했다. 승리를 만들었다”며 모든 공을 돌리고는 “선수들이 내가 등판하는 날에는 정말 열심히 도와준다. 물론 모든 경기에서 열심히 하겠지만 내가 등판하면 정말 열심히 뛰어준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는 류제국이 평소 선후배들에게 좋은 주장이자, 좋은 후배, 편한 선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그렇다. 후배들에게 항상 ‘이런 동네 형 없다’고 얘기한다”며 농담을 던지고는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야구 얘기보다는 농담을 많이 하고, 연패에 빠졌을 때는 서로 예민하니까 조심스럽게 행동하자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류제국은 강해진 팀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항상 설레발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했지만 “작년, 재작년에 비해 조직력이 좋아졌다고 느낀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 몫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3승을 거뒀는데 이런 적이 없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다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앞으로도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승은 이어가고, 연패를 막는 것이 에이스의 임무. 그는 개막 이튿날인 4월1일 고척 넥센전에서 팀의 2연승을 만드는 첫 승리를 올렸고, 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팀의 6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그리고 이날 시즌 3번째 등판에서 팀의 5연패를 끊어냈다. 3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면서 에이스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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