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넥센 선발진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을 2선발로 배치하겠다는 구상도 했다. 구단 사상 외국인선수 최고몸값인 110만 달러를 들여 영입한 션 오설리반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해서다. 외국인투수 2명과 신재영~최원태~오주원이 선발진에 정착하길 바랐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은 중심축인 오설리반의 붕괴로 틀어졌다. 당장 새판을 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설리반은 올 시즌 선발등판한 2경기에서 1패, 방어율 16.71(7이닝 13자책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계투로 전환한 뒤 첫 등판인 4월14일 광주 KIA전에서도 1이닝 3안타 1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지금까진 몸값 대비 효율은 최악의 수준이다. 볼넷을 남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한가운데 몰린 공은 여지없이 장타로 연결된다. 한 해설위원은 “커맨드(공을 원하는 코스에 꽂아 넣는 능력)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현시점에선 오설리반이 없다는 가정 하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오설리반이 빠진 자리를 채운 한현희는 14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 2실점의 호투로 숨통을 틔웠다. 남은 한 장의 카드는 조상우다. 애초 장 감독은 한현희가 필승계투조로 자리 잡아주고, 선발진 한자리에 구멍이 나면 조상우를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설리반의 대체자로 한현희가 들어가면서 조상우로선 준비할 시간을 벌게 됐다. 지금으로선 밴 헤켄~신재영~한현희의 ‘스리펀치’가 자기 역할을 해주고, 최원태~오주원이 최대한 버텨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오설리반이 제 컨디션을 찾아 선발진에 복귀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발진의 연쇄붕괴다. 밴 헤켄과 신재영을 제외하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데, 조상우도 프로 무대에서 선발등판 경험이 전혀 없다. 상수보다 변수에 가깝다. 한두 명이 무너지면 다양한 카드를 실험하다가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설리반이 빨리 자기 컨디션을 찾아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장 감독의 말은 넥센의 현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