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팬서비스, ‘양수겸장’ 두산 에반스

두산 에반스. 스포츠동아DB

최근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같은 주인공의 영상 2개가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두산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31). 화제의 영상엔 에반스가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첫 번째 동영상은 에반스가 자신의 배트를 한 팬에게 직접 선물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었다. 퇴근길 구단버스에 오르기 전 에반스는 그를 기다리던 팬들에게 다가가더니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훈훈한 영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화면엔 에반스가 경기 도중 한 어린이팬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타격장갑을 건네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프로선수에게 애장품을 전달받은 이 어린이팬은 한참 동안이나 장갑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떼지 못했다. 에반스의 팬서비스가 담긴 영상 2개는 최근 불거진 일부 선수들의 팬서비스 논란과 맞물리며 더욱 화제를 끌었다.

사실 에반스는 겉으로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느낌마저 드는 선수다. 그러나 팬서비스만큼은 여느 국내선수들 못지않게 화끈하다. 18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에반스는 팬들을 따뜻하게 챙기는 이유를 수줍게 전했다. 에반스는 “그저 선물 몇 개 준비했을 뿐이다. 세상을 구하는 일도 아니다”라며 멋쩍게 웃고는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낼 때 야구장에 놀러가 선수들이 쓰던 장비를 선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도 뛸 듯이 좋았지만, 지금에 와서도 당시 장면이 생생할 만큼 마음에 추억으로 남아있다”며 진심을 표했다. 이어 “지금은 내가 프로선수가 됐으니 많은 팬들에게 이를 돌려드리고 싶었다. 내 선물을 받은 어린이가 훗날 KBO리그에서 활약할 날을 기대한다”며 외국인선수답지 않은 마음씀씀이도 내비쳤다.

물론 따뜻한 심성만 갖춘 것은 아니다. 에반스는 한국 2년차인 올 시즌에도 타격 여러 부문에 걸쳐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실력과 함께 팬서비스를 함께 겸비한 에반스. 진정한 ‘양수겸장’이 아닐 수 없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