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승(34)은 현재 고등학생을 연상시킬 정도로 짧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박건우(27)가 최근 빡빡머리로 나타나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이현승이 그보다 더 먼저였다.
이현승은 “한화와 개막전이 끝나고 바로 밀었다. 사실 큰 뜻은 없었다. 그냥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변화를 준 것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군대 제대 이후 처음으로 빡빡머리를 할 정도로 답답한 마음이었다.
이현승은 2015년부터 두산의 굳건한 마무리였다.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25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부진에 빠지면서 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결국 최다 블론세이브 공동 3위(7개)에 올랐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친 올 시즌 출발도 썩 좋지 못했다. 첫 경기였던 1일 한화전에서 1.2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4경기에서 1실점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의 보직은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늘 마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했다. 1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7회 무사만루에서 등판해 1점도 내주지 않는 환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그 다음 이닝에도 올라와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왜 그가 국가대표 투수인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투구였다.
두산 이현승. 스포츠동아DB 이현승은 “지금까지 공이 나쁘진 않았는데 잔부상이 있었다”며 “종아리도 조금 올라오고 무릎도 썩 좋지 않았는데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공도 좋아지고 있다”고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보직도 개의치 않는다. 그는 “우리 팀 불펜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무리했던 투수만 5명”이라며 “주어진 역할은 하는 투수들이다. 올해는 자원도 많아졌으니까 투수들이 보직을 신경 쓰기보다는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도와야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역할도 팀이 어려울 때, 힘들 때 도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몸 관리 잘 해서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