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헝가리가 1-1로 맞선 3피리어드 6분 31초. 상대 진영으로 질주하던 신상훈(24·안양 한라)은 퍽을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치는 것)시켰다. 그는 백보드에 맞고 나온 퍽을 강슛으로 연결해 역전골을 뽑아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자신의 득점을 스스로 도운 기이한 골’이라고 평가했다. 신상훈의 형인 신상우(30·안양 한라)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3피리어드 15분 13초에 공격 지역으로 쇄도한 뒤에 날카로운 슈팅으로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한 그는 빙판 위에 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 23위)은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끝난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 3차전에서 헝가리(세계 19위)에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9로 선두를 달리며 톱 디비전(월드챔피언십) 승격을 눈앞에 뒀다. 2경기를 남긴 한국은 승점 2만 추가하면 최소 2위를 확보해 톱 디비전으로 올라간다.
IIHF는 홈페이지를 통해 “헝가리전에서 한국은 토종 선수들이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백지선호’는 귀화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토종 선수들의 실력이 상승하면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백 감독의 궁극적 목표도 토종 선수들을 성장시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까지 대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하나의 라인을 구성할 때 귀화 선수는 1, 2명만 출전시키고 나머지는 토종 선수로 구성한다.
헝가리전에서는 형제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IIHF가 한국의 승리를 전한 글의 제목도 ‘상훈! 상우!’였다. 단신이지만 저돌적 돌파가 장기인 ‘강심장 형제’ 신상훈(171cm)과 신상우(175cm)는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신상훈은 “우리 팀은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기 때문에 3연승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또 다른 형제 김기성(32)과 김상욱(29·이상 안양 한라)도 콤비 플레이로 골을 합작했다. 한국이 0-1로 지고 있던 2피리어드 15분 43초에 김기성은 상대 골문 뒤쪽 공간에서 김상욱이 건넨 퍽을 스냅샷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김기성은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김상욱은 형과의 ‘찰떡궁합’에 대해 “눈으로 보지 않아도 형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되는 위치로 패스를 하면 어김없이 그곳에 형이 있다”고 말한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3피리어드에만 8골을 뽑아내는 등 강한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리치 체노마스 헝가리 감독은 “정신력이 강한 한국은 우리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들은 엄청난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8일 오전 2시 30분 오스트리아(세계 17위)와 4차전을 치른다. 백 감독은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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