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한 팀이 경기당 교체할 수 있는 선수는 3명이다. 선수 교체 시 대상은 필드플레이어가 대부분이다. 교체 권한을 지닌 감독은 체력소모가 컸던 선수를 바꾸거나, 전술 변화를 위해 교체카드를 활용한다. 골키퍼는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교체되는 경우가 드물다. 간혹 교체되더라도 전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국한된다. 무승부 시 승부차기가 이어지는 토너먼트 경기를 치를 때, 백업 골키퍼의 페널티킥 방어 능력이 주전 골키퍼보다 나은 경우에만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교체가 이뤄지고는 한다.
골키퍼는 타 포지션에 비해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체력소모도 크지 않아 특정선수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이 같은 특성상 백업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출전 기회는 극히 드물다. 백업 골키퍼는 주전 골키퍼의 이적, 은퇴, 부상 등의 변수가 생겨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여기서 두각을 드러낸다면 단숨에 인생역전을 누릴 수 있다.
2002한·일월드컵 때 대표팀 골키퍼로 활약한 이운재(44·현 수원삼성 코치)가 대표적 사례다. 이운재는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1994년 미국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다. 당시 대표팀 주전 수문장은 최인영(55·현 고양시민축구단 코치)이었는데,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자 김호(72) 감독은 후반에 이운재를 교체 투입했다. 이운재는 후반 눈부신 선방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운재는 2000년대 초까지 김병지(47)의 그늘에도 가려있었다. 김병지는 당시 ‘골 넣는 골키퍼’로 각광받으며 국내 최고의 골키퍼로 각광받고 있었다. 그러나 골 에어리어 바깥에서 필요 이상의 드리블을 하는 등 개성 강한 플레이로 인해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의 눈 밖에 나면서 안정적인 이운재가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이운재는 2000년대 중반까지 대표팀의 뒷문을 굳건히 지켰다.
이후 이운재가 비운 대표팀 수문장 자리는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정성룡(32·가와사키 프론탈레)이 꿰찼다. 정성룡이 30대에 접어들면서 김승규(27·빗셀 고베), 김진현(30·세레소 오사카),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 등에게도 대표팀 골문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올해 A매치에선 권순태가 주전으로 출전했다.